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 곽세라 힐링노블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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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이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은 힐링노블이다. 감성적이고 따뜻할까? 아니, 치명적이다. 우리는 곧잘 '치유한다'를 '위로한다'는 말로 대체하곤 한다. 그러나 위로는 순간적인 보듬음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치료는 될 수 없다. 쓰라리더라도 상처를 헤집고 드러내서 그 위에 연고를 바르고 거즈를 붙여야 새 살이 상처를 덮을 수 있다. 이 책은 그 아픈 과정을 낱낱이 담아놓았다.

 

작가의 이력이 독특하다. 그럴듯한 직장을 버리고 훌훌 세상으로 떠나간 여자. 12년차 집시라는 그녀는 말한다. 인생 심각하게 살 필요 없다고. 그렇게 자유로운 마음에서 태어나 세상을 적시는 촉촉한 목소리로 뱉어낸 두 중편 소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과 '천사의 가루'.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의 주인공은 류짱이다. 머리를 손질하며 그 사람의 과거 미래의 장면을 재연한다. 잠깐의 시간을 통해 의뢰인들은 마음 깊숙이 꽁기꽁기 감쳐두었던 그리움, 미움, 사랑, 상실 따위의 감정들을 정리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농도 진한 감정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무작정 현실에서 도망치는 류짱. 그녀의 마음은 치유될 수 있을까 ..?

 

'천사의 가루'는 한 연인의 사랑의 기록이다. 사랑의 시작부터 절정, 사랑하기에 참을 수 없는 고독, 기다림.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남자가 죽어버린다. 남은 여자는 어떤 방식으로 슬픔을 이겨내고 현실의 삶으로 돌아올까 ..?

 

이 책은 친절하지 않다. 섬세한 묘사와 설명에 독자들까지 움츠러들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그만큼 이야기의 말미에서 주인공들이 평온함, 현실감을 되찾을 때 그들과 함께 느끼는 안도의 크기는 크다. 고통도 사랑에도 둔감해진 사람에겐 감정의 바다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의 격정이 심해져 잠 못이루는 사람에겐 파도의 높이를 잔잔하게 낮춰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를 끔찍하게 앓고 난 다음 날 말짱하게 개운해질 때가 있다. 곽세라라는 집시가 물고 온 두 편의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 기분이 딱 그런 정도였던 것 같다. 분명한 건, 한 번 손대면 마지막 글자를 읽을 때까지 그만둘 수 없다는 사실. 사정이 허락한다면 꼭 소리내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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