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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섹스 - 일하는 뇌와 사랑하는 뇌의 남녀 차이
앤 무어.데이비드 제슬 지음, 곽윤정 옮김 / 북스넛 / 2009년 4월
평점 :
'호가무스 히가무스, 남성은 폴리가무스 / 히가무스 호가무스, 여성은 모노가무스'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란 사람이 아산화질소를 마시고 기록한 말이란다. 도통 뭔 소린지 알아먹을 수 없다는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해석을 달자면. 남자는 일부다처제를 좋아하고 여자는 일부일처제를 좋아한다정도 되겠다. 남녀 평등을 부르짖는 시대에 이게 왠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그러나 어쩌랴. 이게 타고난 남녀의 차이인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남녀 평등.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불평등은 장난없다. 그런가하면 요새는 역불평등도 문제다. 여자들 필요할 때만 남녀평등을 부르짖는다나 뭐라나. 어쨌거나 참 예민한 단어다. 그런데 안그래도 예민한 이 단어를 슬슬 건드리는 책이 등장했으니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브레인 섹스>(2009.북스넛). 굳이 해석하자면 성에 따른 뇌 차이를 다룬 책이건만, '섹스'란 단어에 또 솔깃한 남정네들, 훠이훠이.
이 책의 요지는 '남녀차이는 뇌에 기인하며, 애초에 서로 다르게 태어나는 것'이다. 아니, 좀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태어나기 전에 한 개체로 구성되는 순간부터 서로 다른 존재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사실 요즘 대세는, '남녀는 같게 태어나고 사회적인 인식때문에 남과 여가 구분되며 그로 인해 남녀 불평등이 생겼다'이다. 그런 와중에 애초에 다르게 태어났다는 주장만으로도 허 참, 인데 이 책 아주 제대로 뒤엎을 생각인가보다. 조목조목 남녀의 차이를 밝혀내고 있다.
어떻게 밝혀내나 들여다보니 일단 엄마의 자궁 속에서 뇌가 생성되는 멀고 먼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하여 호르몬 작용으로 인해 여자의 뇌, 남자의 뇌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 다음엔? 이제 태어나야지. 여자든 남자든. 그러나 이 시점에서 이미 문제는 발생한다. 몸은 여자외되 머리는 남자이거나, 몸은 남자이되 머리는 여자인 경우가 심심찮게 나온다는 것. 어쨌거나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은 유아기, 초등기, 사춘기를 거쳐서 어른이 되어가고 점점 남녀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데... 여기서 이 책의 주장, 그게 사회화가 아니라 다 지들이 타고난 거 따라가는거라니까!
이어서 좀 뻔한 남녀 뇌의 차이: 숫자, 시각, 경쟁 등에 탁월한 남자 vs 언어, 청각, 화합에 익숙한 여성을 비교한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야기는 사랑과 일로. 아마 예상했겠지만 타고난 차이에 의해 여성은 어찌어찌해도 다시 모성애와 관계 지향 덕분에 집과 친해지고, 남자는 공격성과 경쟁심, 명예, 돈에 대한 추구로 인해 바깥을 전전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까지 보다보면 읽던 여자들 화 좀 날법도 하다. 그래서 남자가 득세하는 게 옳다는거야 뭐야!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이 책의 저자, 그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단지 우리는 타고난 차이를 가지고 있고 그걸 굳이 극복하겠다고 용을 쓰느니 자기가 잘 하는 걸로 잘 살아보자는 얘기를 하려는 것 뿐. 뭣도 모르고 덤비며 살면서 에잉, 이건 아니잖아라며 속 끓지 말라는 조언.
적당히 써내려왔지만 사실 이 책, 다양한 사례로 흥미를 자아내고, 연구자 말, 연구내용 인용 등으로 전문성까지 든든히 챙기고 있다. 남녀 차이에 대해 속 끓던 사람이라면 제대로 공부하는 셈 치고 즐겁게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