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건방진 우리말 달인 - 달인편 건방진 우리말 달인 시리즈 2
엄민용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리뷰 쓰고 얼굴이 새빨개지게 챙피했던 기억이 있다. 리뷰쓰면서 사용한 단어 하나가 어법에 맞지 않았던 걸 누군가 날카롭게 지적한 것. 좋게 말해주고, 나 또한 좋게 응답해서 넘어갔지만 그 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어딘가로 쏙 숨고 싶다. 그로부터 몇 일 지나지 않아 다시 한 번 직격탄을 받았다. 이번에도 잘못 사용한 단어 덕분. 쓸 때마다 국어 사전 옆에 두고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매번 이러다간 얼굴이 딸기밭이 되겠다 싶던 어느 날 이 책을 만났다.

 

<더 건방진 우리말 달인>(다산초당.2009)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우리말 실용서다. 그러나 실용서라고 하기엔 쫌 재밌고, 재미로 읽기엔 얻는 게 쫌 많다. 일단 대부분의 페이지를 '우리말 제대로 쓰기'에 할애했다. 잘못 쓰고 있는 말, 쓰면 안 되는 말 등. 그러나 단순히 잘못된 말을 고치고 제대로 된 말을 알려준다면 이 책의 매력은 시중에 나온 다른 책과 다르지 않았을 거다.

 

요즘 시대에 맞는 이슈들과 하나의 단어를 조합해 사람들의 흥미를 잡아내는 건 기본, 내용 중간에 잘 틀리는 단어들을 삽입해 잊지 않고 챙겨주는 건 센스다. 그러나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한 번 보는 것만으론 너무 어려운 게 우리말이니. 차라리 모를 땐 맘이라도 편했지, 알고 나니 더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이 책의 세 번째 매력, 보고 보고 또 보고. 부담없이 필요할 때 슥 찾아볼 수 있는 가벼운 (들은 건 묵직하지만) 책이란 점이다.

 

그러나 이 건방진 우달이가 소개해 준 여러 내용들보다 직격으로 도움이 된 장이 있었으니, '3장. 더 이상 빨간 줄은 없다' 부분이다. 특히 띄어쓰기 부분은 알아도 알아도 헷갈리고 어려워 에라, 모르겠다 싶은 경우가 종종 있는 부분이라 눈이 번쩍!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간략하지만 뼈가되는 우달이의 체크 포인트가 담긴 4장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한 번 본다고 우꽝이(우리말 꽝)가 우달이(우리말 달인)가 될 수야 없는 법. 아무리 끝내주는 사람이 좋은 책을 썼다고 해서 그걸 읽는 것만으로 (그 것도 달랑 한번) 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우달이와 같이 읽을수록, 쓸수록 느는 게 말이고 글이라는 걸 믿는다. 그러니 머리에 들어가든 안들어가든 오늘도 책 부여잡고 읽다가, 흰 화면 띄워놓고 쓰고 있는 것.

 

다행히 이 책은 재미있다. 읽다보면 푸훗, 웃음도 새어나온다. 학교에서 지겹도록 한 공부, 따로 돈 주고 책 사가면서까지 해야하나하지 말고 일단 집어들어 읽다보면 웃는 새 자기도 모르게 늘어난 우리말 실력에 놀라게 될지도. 표지의 건방지게 팔짱 낀 개의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흥! 나도 우리말 달인이 될 수 있다고!" 남 얘기가 아니다. 일단 시작이나 해보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