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신과 의사의 콩트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정재곤 옮김 / 북하우스 / 2006년 10월
평점 :
우리는 흔히 '미쳤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요즘에 들어서는 타박, 농담, 심지어는 애정의 표시로까지 사용된다. 그러나 '미친 사람'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수용적이지 않다. 조금이라도 남과 다르면 미친 사람 취급한다. 이해하고 고치기보다는 쉬쉬하고 배격한다. 그러나 미친 사람들이 앓고 있는 병, 즉 정신질환은 신체적으로 겪는 내과, 외과적 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덜 명확하긴하나 객관적 진단 기준이 있고, 치료 방법이 있으며, 호전되어 일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신질환은 사람들의 무지에 의해 나쁜 의미로 더 특별해진다. 프랑수아 를로르의 <정신과 의사의 콩트>는 충분한 임상적, 전문적 정보를 다루면서도 알기 쉽게 풀어써졌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책에서는 광장공포증, 조울증, 우울증, 자폐증, 중재 정신의학, 강박증, 정신분열증, 거식증 및 폭식증, 공황 장애, 스트레스 10항목의 정신질환을 다루고 있다. 각 챕터별 전반부에서는 해당 환자의 임상 사례를 치료 과정을 포함해 상세히 다루고 있으며, 후반부에서는 각 장애에 대한 DSM-VI의 정의나 진단 및 원인, 치료 방법 등을 여러 학설에 의거해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에는 환자의 예후를 다뤄 차후 경과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다소간 해소시켜준다.
정신 질환에는 정신분열증, 자폐증과 같이 치료가 어려운 정신병도 존재한다. 그러나 우울증, 공포증, 강박증같은 많은 질환들은 경미하게나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겪어봤음직한 범위를 포함한다. 실제로 사례 속에 나오는 환자들의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도 태어나서 별 문제 없이 몇십년을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그러다 어느날 특별한 촉발 요인에 의해 마음의 병을 앓게 된 것이다. '나'와 '미친 사람'은 타고나는 것도, 명확한 경계선으로 줄이 그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나 혹은 나와 친한 누군가도 늘 정신질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라는 것은, 미리 겁을 주고 공포심을 유발하고자 함이 아니다.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을 '미친 사람'이 아닌 이해와 포용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한 걸음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은 소외될 수 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현대인들은 정신 질환에 더 많이 노출될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 사실은, 마음과 뇌의 아픔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치료 방법도 발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정신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더해진다면 정신 질환 치유의 길은 한층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