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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청춘. 그거 좋다. 시대를 불문하고 가장 열정적이며, 시대를 바꾸는 힘이 되었던 나이. 세상은 그들로 인해 바뀌고, 청춘들은 거리에 나서 환성을 지른다. 그러나 그게 청춘의 모든 것인가?
사실 청춘은 고민의 시간이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자신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고민하고, 부닥친다. 그렇게 청춘은 한 사람분의 어른이 되어간다.
스무살, 이름이 주는 용기와 에너지만 갖고 도쿄로 상경한 주인공 다무라 히사오. <스무살, 도쿄>(은행나무.2008)는 히사오의 청춘을 뒤따른다. 19살에서부터 30살을 목전에 둔 29 어느 밤까지. 일종의 짤막한 연작 소설집인 셈이다. 혹자는 히사오를 따르는 저자의 시선이 자서전과도 같다고 하는데, 히사오로 분한 오쿠다의 청춘으로 여행을 떠나볼까.
인생=락과 같다며 음악평론가를 꿈꾸는 히사오는 재수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19살 봄 드디어 꿈에 그리던 도쿄로 상경한다. 그러나 꿈만 많은 스무살 언저리, 무정하게도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예쁜 여자는 짝 찾아 떠나고 음식값은 비싸고 심지어 도쿄 물은 맛도 없다. 꿈에 부푼 마음이 사그라들 즈음, 그러나 그래도 도쿄다. 그리고 스무살. 그 나이 그 장소라면 다 식어빠진 햄버거조차 맛있을 때와 장소 아닌가. 커다란 원형 돔 밖에서 듣는 노랫소리도 기차게 즐겁기만 하다.
실패. 그 조차 아름다운 때가 청춘 아닐까. "실패해도 되는 특권을 가진 나이." 어줍잖게 멋을 낸 두 청년에게 이렇게 말을 한 건 수그레한 별볼일 없어 뵈는 아저씨지만 그 나이든 아저씨조차 아직 청춘일지 모른다. 꿈을 품는다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터무니없어도 좋다. 스물, 그건 바로 터무니없는 나이니까.
장면이 바뀐다. 19살의 히사오, 20살의 히사오, 21살의 히사오. 대학에 다니고, 대학을 중퇴하고 작은 회사에 들어가 정신없이 깨지고. 22살이 되니 겨우 고 나이에 밑의 사람까지 부리는 나름 카피라이터란다. 다사다난했던만큼 굳세졌고, 그만큼 누리고자 하다가 한마디 질책에 퍼뜩 깨닫는다. 난 역시 우물안 개구리라고.
그래도 우리의 히사오 죽지않는다. 다시 아자!하고 일어선다. 시간이 흘러 이젠 연애도 해보고, 어엿한 프리랜서 명함도 갖게 된다. 여전히 깨지고 굽신거리기도 하지만 많이 컷다 히사오. 철 없이 레코드나 깨작거리던 그가 이제는 어린 누군가에게 꿈 운운하는 말까지 할 정도로.
청춘의 초기 만났던 친구들은 하나하나 가정을 꾸리며 먼저 청춘에 작별을 고하고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어간다. 철없던 친구 녀석은 꽤 괜찮은 얼굴로 말한다.
"청춘은 끝나고 인생은 시작된다"고. 우리네 인생이 다 그럴지 모른다. 청춘에 빠져있던 누군가들은 새로운 만남에 얼굴 붉히며 도망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인생이라면 쿨하게 받아들여볼까. 그리고 새로운 "인생"에 도전해보는 것. 삶은 언제나 고달프지만, 언제나 즐거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