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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로드 : 젊은 예술학도 6명의 가슴 뜨거운 세계 여행기
천성훈 지음 / 넥서스BOOKS / 2008년 5월
평점 :
예술에 대해 한 마디 한다면 예술이란, 울고웃는 삶과 같다고 말하고 싶다. 왜 하필 울고 그 다음에 웃냐고 하면 삶이란 고난과 힘듬과 갈등의 연속이기 때문. 그러나 그 모든 슬픔 다음에 찾아오는 행복한 손님이 있으니 이런 저런 이유를 갖다붙이든 어떤 이유없이든 나타나는 웃음이 아닐까. 그래, 삶이란 결국에는 웃음으로 귀결되는 행복하고 즐거운 놀이판 한 판이다. 감히 말하건데, 그런 삶 자체가 이름 한 번 거창한 예술이란 놈이다.
자, 이제부터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예술"이란 놈을 찾기 위해 무려 1년 4개월간의 세계일주를 계획한 무대뽀 6인의 Art Road가 시작된다. 한 사람당 20kg짜리 가방을 짊어매고 단돈 2000달러 들고 떠난 일견 정신나간 troubler들.
사람 사는 데 문제가 없을 수가 있나. 열악한 환경부터 시작해서 인간 관계에서 오는 갈등까지 짊어진 강행군. 때로 '나 돌아갈래'를 외치기도 하고, 그 놈의 사랑 때문에 팀은 분열의 위기를 수도없이(?) 겪기도 한다. 고산지대에 적응하지 못해 공연 중 쓰러지기도 하고, 심지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한다.
이쯤되면 "도대체 여행은 왜 하는데? 그냥 돌아오지. 아무리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심하다."란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그러나 1년 4개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세계 일주는 중국에서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그들은 징하게도 똘똘 뭉쳐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공연한다. 몸이 부서지도록, 자신들의 열정의 밑바닥을 내보이며 세상 그 무엇보다 솔직한 공연을 펼친다.
와, 대단하다. 끊임없이 터지는 경엽의 카메라 속에서 다시 태어난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때론 가장 식상한 말이 가장 깊숙이 와닿을 때가 있는데, 이들을 표현할 때가 그렇다. 땀에 쩔고, 고난한 여정에 쩔어있다. 그런데도 그들에게선 빛이 난다. 찬란한 광채라기보다는 속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숨길 수 없는 열정과 같은 빛. 그들의 웃음에서 진정한 삶과 예술을 발견한다.
천팀장, 태성, 진구, 지현, 경엽, 지혜. 이 6명의 예술인들을 그렇게 긴 시간동안 하나로 묶으며 세계를 일주한 것은 그들에게 강렬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아라비아 상인들이 실크로드를 만들었듯, 자신들은 아트로드를 만들겠다는 열망. 무모한 듯 보인 시작이었으나, 177회라는 기록적인 숫자를 남기며 그들은 세계에 아트로드 지점을 세우고 돌아왔다. 아, 소름끼치게 멋진 인간들이다.
무엇보다 그들의 멋짐은 한국적이라는 데 있다. 우리의 것을 소중히 하고, 보여주는 그들. 전세계는 그들에 열광했고, 100만달러보다 값어치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제적으로 이전의 한국을 뛰어넘은 현대의 한국. 그러나 세계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못난이 바보이다. 자신의 것조차 내다버리는. 그렇기에 한(韓)복을 입고, 장구와 북과 꽹과리와 징을 울리는 그들의 모습은 찡하다.
천팀장의 글 속에서 필자는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고, 그동안 그렇게 하지 못함이 부끄러웠으며, 그의 글 속에서 찡한 눈물을 맛보며 역시 한국인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예술같은 삶, 삶같은 예술을 온몸으로 경험한 그들은 지금은 서울 어딘가에서 자신들의 꿈을 위해 다시 달려나가고 있단다. 몇년 후 우린 어느 매체를 통해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혹은 대학로를 어슬렁거리다 만날지도 모르고. 그 때 "본토비죠? 너무 멋있어요~"하며 아는 척이라도 하면 반갑게 인사해줄라나. 그들의 고생어린 땀방울에서 생의 달디 단 꿀물 한 방울을 얻어마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