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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어떻게 국민을 지키는가 ㅣ 헌법의 자리 2
박한철.신상준 지음 / 김영사 / 2025년 5월
평점 :
대한민국 헌법 제1조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문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민주' '공화'의 의미를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단순히 사전적 의미를 말하는 게 아니다. 하나의 국가, 한 시대를 넘어서는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의 무게를 우리는 고작 다섯 글자로 뭉뚱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어려운 책이었다. 42개의 판례들은 읽을 만했지만, 3부 국가철학과 헌법 이론의 조명은 철학, 법학 등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다면 헤매기 딱 좋다. 일반 독자라면 다소 도전적일 수 있지만, 헌법에 담긴 가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며, 1부에서는 '헌법'의 역사와 개념, 2부에서는 40여 개 헌법 판례를 주제별로 나누어 보여준다. 3부는 헌법을 구성하는 주요 원리에 대한 역사적 이론을 간략히 소개하며, 4부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제언으로 마무리한다.
이미 우리는 12·3계엄으로 무관심과 무지의 쓴맛을 봤다. 이제는 민주 시민으로서 행동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제대로 알아야 한다. 더 이상 어렵다고, 귀찮다고 미뤄둘 일이 아니다. 우리의 헌법이 규정하는 '자유와 민주, 공화'에 담긴 의미의 무거움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행정과 다르게 법은 일반적이고 포괄적이다. 다수의 사람과 개별적 사안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삶은, 사회는 얼마나 복잡한가. 모두의 바람과 달리, 법도 행정의 결정도 심지어 그 근본이 되는 원리와 가치조차 고정된 정답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들은 당대의 가장 첨예한 대립적 질문들의 기준이 된다. 그 결정들은 완벽하지 않고 때론 통일된 하나의 의견에 도달하지도 못하며 또 다른 논란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의 주요 판례들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는 사후라 할지라도 공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법치주의를 회복하고자 했고, 개인의 권리를 신장해왔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실질적 평등을 만들어왔다.
19세기 근대 입헌주의 헌법은 자유와 인권을, 20세기 사회복지국가 헌법은 복지와 평등을 뿌리내리게 했다. 21세기 헌법은 이들 가치를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과 인류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헌법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사회가 제기하는 다양한 질문을 통해 시대에 필요한 가치를 정립해가는 과정이다.
『헌법은 어떻게 국민을 지키는가』는 우리가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가치들이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역사를 돌아봄으로써 민주 시민의 자세-비판적 사고와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으로서의 참여와 연대-를 일깨운다.
헌법은 고리타분한 규칙이 아닌 우리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약속과 다짐임을 되새길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