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벌레 이야기 - 친구와 철학자의 유쾌하고 심오한 인생 여행
로날드 J. 맨하이머 지음, 허지은 옮김 / 상상의숲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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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명을, 우리는 놓아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처음 주어졌을 때처럼 아주 쉽게.

- 윌리엄 스태포드

 

(윌리엄 스태포드는 인생의 후반기부터 자신의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 미국의 시인이다.

그는 인생의 참모습을 조용한 일상에서 찾아 친숙한 언어로 노래한 사람이다.)

 

그의 말처럼, 이 생명을 처음 주어졌을 때 처럼 생을 아주 쉽게 놓아버릴 수 있다면 인간은 스스로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도 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 없었다면 이 책은 출간되지 못했을 것이다. 죽음이 없다면 철학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 <인생 벌레> 는 인생 철학을 의미한다. 벌레를 잡는 것 처럼 인생을 잡는 것, 그리고 따라가는 것 그것이 철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하튼 인간이 죽지 않는다면 고민할 시간은 영원함만큼 주어져있고, 인간은 그 시간을 영원히 쓰면 되었을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인간은 죽는다. 모든 경험을 하고 모든 인생의 단맛과 쓴맛과 패배와 희열을 겪은 사람도 결국 하나의 문을 통하여 갈 곳이 정해져 있다.

 

이 책의 저자 로널드 J.맨하이어는 철학 교수이다. 그는 율리시즈라는 불굴의 영웅을 떠올리며 노년을 맞은 율리시스에 대하여 생각한다. 아무리 희대의 영웅이라도, 노년의 세월은 오는 것. 영웅에겐 전우애나 이국적인 땅, 고결한 지도자의 근성만이 있었기에 노년의 무력감은 그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이제 더 이상 영웅이라 부르지 않는다. <전직> 영웅일 뿐, 현재는 노인이라는 테두리 안에 그를 가두어 버린다. 하지만 테니슨이라는 사람은 노년의 율리시스가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를 다시 쓴다. 그는 말한다. 세월과 운명으로 쇠약해진 율리시스에게서 강인한 의지를 불러낸다면, 그는 인생의 길을 용감하게 헤쳐나가는 영웅이 될 것이라고. 자신도 그와 닮고 싶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써 보았다고.

 

 

어느 순간 우리는 길을 잃는다.

이 책에서는 그 순간이 31세 즈음, 30세 초반 즈음이라고 말을 한다.

사실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내 인생을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그저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갑자기 늙어버린 느낌....

어머니와 아버지가 살아계시지만 언젠간 돌아가실 것이며 난 아직 우리 집 식구로 속해있지만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으면서 서서히 이 관계가 무너질 것이란 두려움, 그리고 그 아이가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의 늙어가는 육체를 견뎌야 하는 고독..

그런 상황의 변화들은 30대 즈음에 온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인 죽음을 느끼고, 뒤이은 세대가 앞선 세대를 망각 속으로 밀어내는 삶의 과정.

내가 어머니를 그런 곳으로 밀어 넣듯 나의 딸이 나를 그런 곳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는 생각....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노년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비록 전부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는 밝은 견해를 본 것 같다.

죽음이란 것을 받아들이고 인생의 후반기를 계획하는 것이 인생의 오전을 잊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융의 말을 되짚어 본다. 융은 인생의 후반기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쩌면 나는 그 교육을 제 때 못 받았었는지도 모르겠다. 88만원세대에 허덕이느라 그랬던걸까, 그런 것은 변명에 불과했던 걸까. 어쨌든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하강만 하면 인생의 오후를 할 일 없이 보내게 될 것이다. 노년, 죽음, 영원....!! 인생의 정오가 지나면 젊은 날 멀게만 느껴졌던 인간의 유한성이, 주겍 된다는 사실이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인생과 헤어지지 못한 채로 노인이 되면 절대 노년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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