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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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저자의 이름만으로 책을 사 읽게 만들고, 책을 읽기 전부터 궁금증을 갖고 기대하게 만드는, 좋아하는 작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볼 때면 한 줄의 글이 쓰여 있어도 뭔가 대단한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고, 혹시나 무엇 하나 놓칠까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가며 읽게 된다.


이 책은 일본의 문예지에 2004년부터 연재되던 작품으로 2007년 간행된 것이다. 어두운 푸른색의 표지와 <새벽 거리에서>라는 책 제목은 참 잘 어울리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책에서는 어떤 소재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읽기 전부터 가슴이 뛰고 설레는 것 같았다.


41세, 한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 평범한 회사원 와타나베가 등장한다. 평소 불륜은 절대 저질러서는 안 되는 것이라 여기는 사람이었던 와타나베는 비정규직 여사원, 아키하가 들어오면서 그 생각에 변화를 맞았다. 우연히 야구 연습장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그 인연을 계기로 몇 번의 만남을 갖게 되었고, 와타나베는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느껴본 지 오래된 연애의 감정을 갖게 되었다. 처음엔 부정도 해보고 참아도 보았지만 결국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졌고, 헤어 나올 수 없는 불륜이라는 나락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키하로부터 15년 전 집에서 일어났던 살인 사건에 대해 듣게 되고,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이야기,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 공소시효가 끝나는 순간 해줄 말이 있다는 이야기, 어머니와 아버지, 아버지의 비서와 이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또 얼마 후에는 형사로부터 증거가 부족하긴 하지만 사건의 용의자가 아키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사람을, 사랑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가정의 유지와 이혼 사이의 문제, 새로운 사랑을 위해 아내와 딸아이를 버릴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 아키하와의 관계 지속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것들이 와타나베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흘러온 상황에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반전을 심어놨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미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거의 모습을 드러낸 마당에 혹시나 다른 범인이 있을 수도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내 상상력의 한계를 여실히 느끼며, 또 한 번 히가시노 게이고에 감탄을 하며 계속 책을 읽어나갔다. 빠른 진행은 책에 푹 빠져들어 등장인물들과 함께 호흡하며 조바심을 느끼고 불안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것 하나로만은 부족해 보이는 추리소설은 불륜이라는 소재와 맞물려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었다. 슬픈 가족사와 소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여럿의 불륜은 그저 재미있게만 책을 읽을 수는 없게 했다. 그 소재에 공감하는 것이 조금 어렵고 거북했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책 속에 빠져들어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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