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길 1 - 노몬한의 조선인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끊이지 않는 인기를 얻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 쇼>의 담당PD, 그리고 <압구정 소년들>, <아이린>,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등으로도 많이 알려진 작가, 바로 이재익 작가의 <아버지의 길>을 읽게 되었다. 이재익 작가의 책들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이 책 <아버지의 길>은 그간의 이야기들과는 조금 그 성격을 달리하는 것 같다. 작가가 4년간의 혼신을 담은 책이니만큼 이야기 자체도 완성도가 아주 높았고 그에 따른 독자의 몰입도 역시 상당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한 남자의 삶, 한 가족의 삶,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이 이 책 속에 가득 담겨 있었다. 2005년에 방영된 ‘SBS 스페셜- 노르망디의 코리안’을 모티브로, 이재익 작가는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비극을 그려내었다.


‘나’는 탈북 노인의 기구한 사연을 프로그램화하기 위해 한 노인을 찾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노인의 입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아버지의 길>은 시작하였다. 1938년 9월 조선의 신의주. 김상우라는 조선 이름을 버리고 스기타라는 이름을 선택한 일본 장교는 조선인 징용병을 찾고 있었다. 그 길에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떠나버린 아내를 보내고 홀로 아들과 살고 있는 길수가 등장한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에 날벼락을 맞은 길수는 그렇게 아들과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만주로 향하는 열차에 올랐다. 열차 안에는 돈을 벌기 위해 원해서 온 사람, 형 대신 온 사람, 반항하다 끌려온 사람 등 가지각색의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길수는 마음속으로 아들에게 곧 돌아가겠노라고 굳게 다짐하지만 길수가 속한 부대는 야속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조선에서 멀어져만 갔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본군이 되어 소련군과 싸워야 했다. 매일 매일이 폭력의 연장선이었고, 최소의 음식을 먹고 최대의 일을 해야만 했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싸움이었다. 살아서, 살아남아서 아들을 만나야 하는 길수는 이제 그만 죽고 싶어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포로로 잡혀 독일군과도 싸워야 했다. 적이 누군지조차 모른 채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 것이기에 총을 쏘고 칼을 겨누었다. 셀 수 없는 죽음의 고비를 넘겨야 했고, 역겨운 상황에도 처했고, 끊임없이 희망의 낭떠러지에서 떨어져야 했다.


두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으면서, 길수의 삶을 지켜보면서, 또 정대와 명선 아씨의 삶을, 영수의 삶을, 짜보의 삶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져만 갔다. 그 시절을 살아냈던 이들의 치욕과 아픔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보고 들었지만, 그에 대한 내성은 생기지 않는 듯 이 책을 읽으며 더 가슴이 아파왔다. 저 멀리 보이는 희망 하나에 인생을 걸고 달리는 사람들, 잡힐 듯하면서도 금세 저 멀리 도망가 버리는 그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못해 달리고 또 달리는 사람들, 그리고 포기하는 사람들, 미쳐버리는 사람들, 모두가 안타깝고 속상했다.


시시각각 바뀌는 화면과 빠른 내용 전개는 책 속에 빠져들기에 충분했고, 더욱 가슴으로 실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히틀러와 스탈린을 포함하여 역사적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였다. 광기에 사로잡힌 소수의 지도자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갔는지를, 꿈을 잃고 가족을 잃어갔는지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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