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작은 새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고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500쪽이 넘는 매력적인 책의 두께와 음산하면서도 뭔가를 보여줄 것처럼 보이는 표지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저자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작품은 처음 접하는 것이었지만, 책의 표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책에 대한 갖가지 칭찬들은 의심을 지운 채 책을 읽도록 만들어주었다. 무엇보다 ‘희망을 좇던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소년, 그 죽음으로 가정의 파멸을 지켜봐야 했던 소녀, 상처 받은 두 영혼이 속죄와 구원의 길 위에서 만나다!’라는 글이 책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듯해 이 책 <천국의 작은 새>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했다.


<천국의 작은 새>는 미국 뉴욕 주 북부의 소도시 스파타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그저 황량하기만 한 도시에서 남자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던 여가수 조이 크럴러가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다. 최초 발견자는 불행히도 아들이었다. 용의자로 주목받은 사람은 비밀 연인 사이였던 에디 딜과 별거 중이던 남편 델레이 크럴러였다. 두 사람 모두 범죄 사실에 대해 결백을 주장했으며 증거 불충분으로 구속되지 않았다. 그렇게 미해결 사건이 되어버린 조이 크럴러의 살인 사건은 두 가정을 파괴해버렸다. 살해당한 조이 크럴러 가족과 용의자로 주목받은 에디 딜의 가족.


아버지 에디 딜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크리스타의 어머니는 아버지를 집에 들이지 않는다. 누구보다 아버지를 사랑했던 크리스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긴장 사이에서 위태롭게만 보인다. 한편 조이 크럴러의 아들 애런 역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충격, 문제만 일으키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다. 술, 마약, 폭력, 성, 온갖 것들이 무자비하고 노골적으로 난무하고 있는 도시 스파타에서 크리스타와 애런은 서로를 향한 주체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뭐라 정의내릴 수 없는 감정을 갖게 되고 묘한 관계가 된다. 그리고 결국 끝까지 조이 크럴러 살인 사건은 명확한 결말을 안겨 주지 않았다.


이 책을 칭찬하는 평들 중에는 빠른 속도감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빠른 속도감에 대해서는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책장이 다음 장으로 넘어갈 생각을 하지 않아 꽤나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읽기를 그만두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책을 끝까지 읽어냈다는 보람은 느낄 수 있었지만 그다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책꽂이에 꽂아두고 언젠가 다시 한 번 큰 맘 먹고 도전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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