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비망록 - <오만과 편견>보다 사랑스런
시리 제임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 중 <오만과 편견>을 제일 좋아한다. <오만과 편견>은 특히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것 같다. 통통 튀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란. 신간 코너에서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이라는 책 제목을 발견했다. 제인 오스틴은 무엇을 잊지 않으려고 중요한 것들을 그렇게 적어둔 것일까.


영국 초튼의 오래된 저택 다락방에서 자그마치 200여 년 전에 쓰인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이 발견되었다. 쥐 소탕을 목적으로 대저택의 지붕을 수리하던 과정에서 인부들이 발견한 낡은 함과 그 함을 가득채운 원고, 그리고 루비 반지. 역사적으로 또 문학적으로 굉장히 대단한 일을 해낸 거라고, 지금이라도 발견해서 참 다행이라고 인부를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을 가득 안고 책장을 서둘러 넘겼다.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은 제인 오스틴이 직접 쓰는 형식으로 책을 읽고 있으면 정말 그녀의 비망록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살아온 시대와 그녀가 처한 현실의 한계, 그리고 그녀의 사랑과 삶을, 가족과 친구들로 둘러싸인 그녀의 인생을, 그리고 그 속에서 그녀가 느꼈던 솔직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19세기 영국 여성들에게 있어서 결혼이라는 제도는 지금과는 많이 다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여성들은 좋은 조건의 남자, 이를테면 부유한 집안의 남자를 만나 시집을 가서 남은 인생을 평온하고 안정적으로 사는 것을 인생의 목표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의 제인 오스틴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결혼하는 것은 오직 사랑 때문이지 사랑이 없다면 절대 결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래서 힘든 가정 형편을 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제인 오스틴은 그 기회를 잡지 않았다.


제인 오스틴에게 어느 날 우연을 가장한 인연이 다가온다. 출중한 외모뿐만 아니라 제인 오스틴과 책에 있어서도 대화가 잘 통하고 마음까지 잘 통하는, 한 마디로 사랑하는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여성 작가라는 한계 때문에 책을 내지 못하고 트렁크에만 담아둔 몇 편의 이야기를 애시포드 프레데릭은 극찬을 해준다. 이미 작가가 되기를 포기한 제인에게 반드시 소설가가 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아 준 남자 프레데릭. 비록 예기치 않게 첫 만남은 짧게 끝나버리고 말았지만, 제인은 그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한다. 다시 만났을 때 둘은 드디어 진짜 사랑에 빠진다. 그렇지만 여느 이야기가 그렇듯 둘 사이에는 장애물이 있었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오만과 편견>의 이야기를 쏙 빼닮은 제인과 프레데릭의 사랑 이야기는 아름다우면서도 그지없이 슬프기까지 했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쓰는 과정이 그녀의 비망록 속에서 너무 깔끔하리만큼 잘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 이야기가 그렇게 끝나고, 한껏 그 여운에 잠겨 있을 즈음 읽은 작가의 말에는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옥스퍼드 대학의 메리 I. 제스 박사도 제인 오스틴 문학재단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메리 I. 제스는 제 이름의 철자를 다르게 배열해 만든 가공의 인물입니다.’ 라니. 그러니까 애초에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이라는 것은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루비 반지는 없었던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실제 사랑이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프레데릭이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일지도 모른다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마 독자들 중에는 ‘작가의 말’ 정도는 건너뛰는 이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맙소사! 순간 아찔해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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