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로라 리프먼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표지 그림과 책 이름에서부터 공포 영화의 제목을 떠올리게 될 만큼 좀 무시무시한 느낌을 받았다. 스티븐 킹이 뽑은 올해의 소설이라는 띠지의 광고 문구에 홀리듯 이 책을 골랐다. 귀신이 나오는 등의 공포 소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며 한 문장 한 문장 책을 읽어 나갔다.


이 책은 과거의 한 납치 사건과 그것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엘리자라는 여성의 현재 모습을 번갈아가며 묘사하고 있었다. 엘리자를 납치했던 남자는 여러 여자들을 납치해 강간하고 살해했으며 알 수 없는 이유로 엘리자만 살려두었다. 그리고 그는 살인범으로 체포되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났다. 엘리자는 단란한 가정을 꾸렸고 여느 사람들과 다름없는 중년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편지 한 통이 왔다. 발신인은 월터 보먼. 바로 엘리자를 6주 동안이나 납치했었던 그 연쇄살인범의 이름,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사형 선고를 받고 사형수 수감 건물에 있는 월터가 왜 20여 년이 지난 지금 엘리자에게 편지를 쓴 것일까.


바로 그 편지 한 통으로 엘리자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한다. 월터는 편지에서 그치지 않고 전화까지 이용했다. 무슨 염치로 그러는 줄 모르겠지만 엘리자에게 직접 만나자며 그녀의 삶에 들어왔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만남이었지만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엘리자는 월터 면회를 가고 말았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화가 많이 났다. 이름으로 부르기조차 껄끄러운 범인은 20대 초반의 나이에 10대 소녀들을 연쇄적으로 강간하고 살해했다. 그렇게 잔인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마지막 생존자를 이제와 왜 만나자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번 준 상처로도 부족하여 또 어떤 상처를 남기려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감옥에 있으면서도 밖에 있는 사람들을 제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그가 더욱 사악해 보였고 무섭게 느껴졌다. 그리고 인권 운동가라는 감투를 쓰고 감옥 밖에서 그 연쇄살인범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바버라 라포투니, 그녀를 보면서도 화가 치밀었다. 도대체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무슨 인권이 있단 말인가.


이 이야기는 추리소설이다. 그러나 여느 소설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보통의 추리소설이 독자와 함께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것이라면, <나는 네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이미 범인이 누군지 밝혀진 사건을 그리고 있었다. 자신이 납치했던 피해자를 만나겠다는 범인과 그것을 거부하는 피해자의 이야기다. 그것으로 인해 피해자의 과거 상처는 아무는 듯 싶다가도 다시 벌어져 현재의 삶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엘리자의 하루하루가 너무 위태로워 보여 책을 읽으면서도 조마조마했다.


특히 다른 피해자, 이미 그 사고에서 살해당한 피해자의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팠다. 딸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엘리자와 살인범을 한 패로 몰아가며 둘이 애인 사이였다고 말하는 그 어머니의 말이 또 한 번 엘리자에게 상처로 남을 것임이 분명하기에 너무 안타까웠다. 또 결국 사형 날을 하루 앞둔 범인과 마주하게 된 엘리자의 모습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야기의 전개 자체는 그리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각 인물들의 심리에 집중하게 되어 읽을수록 빠져드는 것 같았다. 앞서 띠지에서 읽었던 스티븐 킹이 뽑았다는 말에는 공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