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후에 남겨진 것들
김주연 지음 / 블루닷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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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고 초록의 산뜻한 표지가 신간이 진열되어 있는 여러 책들 사이에서 유독 눈길을 사로잡았다. <키스 후에 남겨진 것들>이라는 제목이 또 한 번 책을 읽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로마의 휴일>을 읽은 후로, 더 그런 이야기들을 찾고 있는 것 같다.


공중파 라디오국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러브 스토리와 방송국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었다. 주인공은 서른세 살의 9년차 방송 작가 한주경이다. 이 책의 저자 김주연 역시 올해 서른세 살의 방송 작가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 책 속에 펼쳐져 있었다.


봄 개편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조기 폐경일지도 모른다는 진단까지 받게 된 한주경. 서른셋 나이는 그녀를 몹시도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새벽 시간, 모두가 잠에 빠져 있는 시간이 되면, 한주경은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어김없이 노트북 앞에 앉아 있어야 했고, 사람들의 사연을 리라이팅해야 했다. 또 자신의 과거도 눈물을 머금고 사연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했다. 연애는 그녀에게 사치일 뿐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 본다. 그녀는 2년 동안 쿨FM의 <김복남의 스페셜 쇼> 원고를 맡던 것을 그만두고, 최고의 미소년 아이돌 루이가 새롭게 DJ를 하게 될 프로그램 <루이의 뮤직 인 헤븐>의 방송에 합류하게 된다. 첫날부터 루이와 한주경 사이에서 트러블이 생기고, 루이는 한주경의 자존심을 폐지 구기듯이 구겨버리곤 한다. 이를 갈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한주경 앞에 어느 날, 루이의 게스트, 제이가 등장하는데 어딘가 낯익은 얼굴이다. 7년 전 떠났던 유럽 여행에서 갈가리 그녀의 가슴을 찢어놓은 남자다. 고정 게스트가 되어 시시각각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제이는 한주경의 마음을 달래보려 애를 쓴다. 루이는 루이대로 한주경의 마음을 잡으려 물질 공세부터 낯간지러운 말까지 가리지 않고 해댄다. 왜 꼭 호박은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것일까.


한주경 앞에 갑자기, 그리고 동시에 나타난 두 남자 루이와 제이는 그렇게 한주경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뜻밖의 과거가 불현듯 모습을 드러내고, 그 속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갑작스러운 루이의 고백은 오글거리는 인터넷 소설을 능가하는 것 같고, 루이와 제이의 역사는 사연 깊고 슬픈 이야기였으며, 제이와 한주경의 과거는 거의 미스터리 소설 그 이상이었다.


평소 라디오 방송은 찾아 듣는 편이 아니라 그런지 새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라디오 방송뿐만 아니라, 한 편의 방송을 위해 PD, 작가들을 포함한 스텝들이 얼마나 바쁘게 뛰고 또 뛰는지도 잘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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