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김선정 지음 / 팬덤 / 201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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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참 상큼하고 달콤함이 풍겨왔다. 따스한 봄날을 맞이한 기분이다. 한동안 무섭고 무거운 이야기들만 접해서인지 이렇게 부드럽고 로맨틱한 이야기를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고른 책이 <로마의 휴일>이었다. 로마, 하면 무에서 찬란한 로맨스를 창조할 것 같은, 그런 낭만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 책은 바로 그 로마와 경주를 배경으로 하여 전개된다.


우리에게 보내주신 아이는 잘 크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5월 10일이 그 아이의 열 번째 생일입니다.

그리고 그날은 어머니의 날이기도 합니다.

중략

그래서 우리가 제안합니다.

그날 우리와 함께 하지 않겠습니까?

당신을 위해 항공 티켓을 동봉합니다.

당신이 와 주시리라 믿습니다.

라는 편지가, 스물아홉 주인공 선아 앞으로 날아왔다. 선아 기억 속에 아기를 낳았거나 임신을 한 기억은 분명히 없었다. 혹시나 모를 기억력 감퇴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엄마에게 말하다 불현듯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예전 자신의 집에 머물렀던 미혼모. 그녀가 이런 일을 꾸민 것이리라.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당신을 위해 항공 티켓을 동봉합니다.”라는 문구에 홀려 선아는 그저 설레는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용케 비즈니스석에 앉을 수 있었고, 옆자리에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의 훈남이 앉아 있었다. 서로에게 별로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채 비행은 끝이 났고, 선아는 로마 공항에 내려 가짜 딸 보니의 친모가 되어야 했다. 현지 언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보니는 냉담한 반응만 보이고, 선아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보니의 오빠가 보니와의 캠핑을 권유했고, 캠핑을 도와주고 통역을 맡아줄 구원자가 도착했다. 그런데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그 남자다, 천우. 셋은, 아니 ‘선아 vs 보니와 천우’는 물과 기름처럼 전혀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아 보였다. 그렇지만 이 삼총사의 귀여운 복수전을 읽을 때쯤엔 통쾌하고 엄마 미소가 절로 나왔다.


로마에서의 짤막한 휴일을 뒤로 하고 선아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일상에서도 천우의 그림자는 언제나 곁에 있었다. 그 둘은 마치 하늘이 인연을 만들어준 것처럼 교집합이 많았다. 무엇보다 천우라는 캐릭터가 참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웠다. 하는 행동마다 어설프고 괴짜 같기도 하고 엉뚱하고 예쁘지도 않은 선아에게 천우는 그저 과분해 보일 만큼. 그래서 둘이 더 잘 어울렸는지도 모르겠다. 선아에게 있어 천우는 모든 상처로부터의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줄 것 같았다. 그야말로 백마 탄 왕자님이었다.


시작은 참 가벼웠다. 그저 편한 마음으로 뻔하게 흘러갈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나 지켜볼 심산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갈수록 어느새 완벽하게 몰입하여 함께 웃고 함께 찡그리고 함께 안타까워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사랑 받고 자라온 선아는 그러나 행복하기만 한 추억 속에 아픈 진실을 감추고 있어야 했고, 그래서 더 말괄량이처럼 굴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아픔을 읽으면서 꽤 울컥울컥한 장면들이 많이 있었다. 사랑을 가장한 아픔 속에서 혼자 모든 것을 감내해왔을 그녀를 생각하니 그저 안쓰러웠다. 그래서 그녀의 결정을 백퍼센트 지지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새로이 시작한 두 사람을 응원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 속에는 두 남녀의 로맨스만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족 간의 따듯한 사랑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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