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미
고예나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20대의 사랑과 삶, 점점 무미건조해져만 가는 삶 속에서 무엇이라도 그 의미를 찾아보겠다고 휘청대며 매달리는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었다. 물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처럼 보였다. 애처롭고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모습이 처해진 환경은 다르더라도 지금 우리의 모습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등장인물들은 각각 조금 노골적이고 당돌한 여자들로 설정되어 있었다. 하나의 장편 소설이지만 그 속에 열 한편의 이야기가 들어있고, 네 명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 정연희와 친구 배유리, 박성아, 그리고 운동을 통해 알게 된 동생 한지현의 이야기가 나의 눈을 통해 각각의 인물을 중심으로 번갈아가며 전개되었다. 남성 편력이라는 제목 아래 한지현의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운동 메이트를 구한다는 클럽의 글을 보고 다이어트보다는 운동이 하고 싶어 지현을 만났다. 너무 뚱뚱해서 눈과 코가 얼굴에 파묻혀 답답한 인상을 주던 지현은 그러나 남성편력이 심했다. 정치인부터 연구원, 대학생 가리지 않고 채팅을 하며 문자를, 연락을 주고받았다. 물론 온라인상에서만. 지현은 누구도 오프라인에서 만나려 하지 않았다. 동시에 연락하는 남자의 수가 굉장히 많음에도 그녀는 전혀 그들 사이에서 헷갈려 하지 않았고 그저 평가하기에 바빴다.


도서관 사서인 성아는 낮에는 조용하고 정적인 공간에서 말 없고 단정하고 말쑥하게 업무를 처리하다 밤이 되면 섹스 파트너를 만난다. 주로 인터넷에서 만나 약속 장소를 정하고 모텔이나 호텔로 향해 섹스를 한다. 때로는 파트너에게 변태 성향이 있어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운명을 너무 지나치게 믿는 유리. 랜덤 채팅이 유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호기심에 채팅을 하게 됐고 그곳에서 또 한 번의 운명을 만났다. 너무 운명의 상대가 많았던 탓에 친구들의 반응은 언제나 시큰둥했지만 유리는 언제나 처음인 것처럼 신이 나 조잘거리곤 했다.


그리고 나 정연희. 남들에게 비치는 모습은 성실한 인터넷 논술 선생님이다. 그러나 그녀만 알고 있는 비밀 중에는 키스방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정연희가 있었다. 말이 논술 선생님이지 매달 학생들이 수업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그리고 더 많은 학생들을 끌어 모을 수 있도록 영업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생활 감당이 안 되는 형편이었다. 그녀 생각으로는 궁여지책으로 그렇게 키스방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사랑받아본 적 없는 사람도 왔고, 유부남도 왔다. 처음 보는 사람끼리 돈을 매개로 혀를 섞고 대화를 나누는 곳에서, 연희는 팁도 받고 돈을 벌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엄마도, 친구들도, 그 누구도,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네 명의 여자들이 각각의 삶을, 그리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사건들을 겪는 모습이 이 책에 그려져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언제나 저자의 화두는 그것이었다고. 인간의 이중성을 들여다볼 때, 판도라 상자를 열었을 때처럼 가슴이 뛴다고도 했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가슴 속에 어느 정도의 비밀은 있다고 생각을 한다. 비밀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비밀의 농도와 진실이라는 점에 있어서 언젠가는 드러나도 무방한 비밀이 되거나, 절대로 내세울 수 없는 비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세울 수 없는 비밀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위선의 모습을 띄고 드러나게 된다. 그렇게 또 하나의 인간의 이중성이 그 사람 안에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중성이라는 것이 언제나 나쁜 의미만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 모두 겉과 내면에서의 이중성을 지니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들 모두를 나쁜 것이라고 여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이중적이니까. 이 책을 읽은 나와 우리를 응원하고 또 이 책의 주인공들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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