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외삼촌 - 한국전쟁 속 재일교포 가족의 감동과 기적의 이야기
이주인 시즈카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8.15 해방 전후 시기와 한국전쟁이라는 혼돈의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 속에서 자신만의 것을 가슴 속에 품고 지켰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났다. 이 책 <아버지와 외삼촌>의 저자 이주인 시즈카는 재일교포 2세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에 실제 아버지의 삶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해 놓았다. 그래서인지 이야기 하나하나가 더욱 진솔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저자의 아버지가 겪었던 갖가지 일들을 믿기 어렵기도 했다.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은 삶이었다.


다다하루의 눈에 비치는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아버지의 모습이 책의 첫 부분부터 그려져 있었다. 넉넉한 환경 속에서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다다하루에게는 세 명의 누나와 남동생 하나가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누나들과 다다하루는 자랐고, 아버지가 원하는 자식의 상에서 조금씩 멀어져갔다. 부자는 서로 고집을 꺾지 않았고, 갈등의 골은 깊어지기만 했다. 그리고 사춘기 시절 자신의 삶에 며칠간 등장했던, 그전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외삼촌이 죽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외삼촌의 죽음에 대해 엄마가 이상한 말을 흘렸고, 호기심이 생긴 다다하루는 아버지의 심복과도 같았던 겐조 아저씨를 찾아가 물었다. 그때부터 다다하루는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한국 이름은 윤종래, 그리고 일본 이름은 소지로. 바로 다다하루의 아버지 이름이다. 13살에 일본으로 건너와 악착같이 일했고, 첫눈에 반한 요코와 결혼하여 집안의 틀을 다져나갔다. 그의 노력과 성실함 덕분에 사업은 계속해서 확장되어 갔고, 그만큼 집도 커지고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소지로는 가족에 대한 애착이, 살겠다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한 사람인 것 같았다. 가정 형편도 어려웠고 일본으로 건너온 뒤론 일만 했기 때문에 제대로 교육을 받을 시기를 놓쳐버린 소지로는 틈틈이 남모르게 구구단을 외웠고 쓰기 연습을 했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다.


해방 후 아내의 친정 식구들은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때 묻지 않고 자란 요코의 동생 고로가 해방 후 남과 북의 이념 사이에서 갈등을 했고 그렇게 방황하던 도중 북한군 첩자라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죽음을 면치 못할 위기에 처한 고로를 살리겠다고, 고로의 부모님은 마당 닭장 아래에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고로를 살게 했다. 그러나 그런 삶에도 한계가 있었다. 갇혀 사는 고로가 곧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요코는 남편 소지로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소지로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처가 식구들을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렇게 소지로의 모험이 시작되었다.


소지로의 모험은 순수한 가족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어려운 말은 몰라. 하지만 공산주의나 민주주의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족이라는 사실은 알아.”라고 한 소지로의 말에서 소지로가 가족을 얼마나 애틋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세상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이 터지고 시끄럽고 어지러웠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가정을 지키려는 소지로의 행동에는 이야기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순간순간 울컥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였고 멋졌다. 그리고 역사책 속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일들을 이렇게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만날 수 있어 더욱 의외였고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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