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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평점 :
노르웨이 문학이라고 해서 약간 생소한 느낌을 받으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영화배우 같은 저자의 사진이 표지 안쪽에 실려 있었고, 현재 록 밴드의 보컬을 맡고 있다는 소개가 적혀 있었다. 여러 방면으로 예술적 감각이 참 뛰어난 것 같아 보여 부럽기도 했다.
헤드 헌터란, 고급 인력을 전문적으로 스카우트하는 사람 또는 회사라는 뜻이다. 여기에서도 주인공 로게르 브론(미국식으로 읽는다면 로저 브라운이 된다.)은 내로라하는 헤드 헌터다. 그는 FBI의 9단계 심문 기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해가며 면접자를 긴장시키기도 하고, 상대방의 성향을 짐작해보고 마음을 꿰뚫어보기도 한다. 자신이 추천한 사람은 반드시 업계 최상의 위치에 채용시킨다. 말솜씨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고,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것 같아 보인다. 그런 그가 자신의 외모에 콤플렉스를 하나 갖고 있는데, 바로 170cm가 채 안 되는 키다. 지금의 아내를 처음 봤을 때도 그는 최대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키도 크고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쁜 미인이었다. 자리에 앉은 채로 그는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지금 많은 남자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넓은 집에서 아내와 여유 있는 생활을 하기 위해 로게르 브론은 헤드헌터란 직업 외에 작업을 하나 더 한다. 이것을 부업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바로 고가의 미술품을 모조품과 바꿔치기 해 훔쳐다가는 파는 것이다. 그것으로 지금까지의 안락한 생활을 영위해왔다. 그리고 미술품에 대한 모든 정보는 인터뷰를 통해 얻었다. 그런 그가 드디어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다, 클라스 그레베. 상대의 위험성을 아직 제대로 깨닫지 못한 그는 클라스 그레베가 그림 한 점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테르 파울 루벤스가 그린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이란 그 그림을 훔치기로 한다. 아주 값이 나가는 미술품이기 때문에 마지막 한탕이라는 다짐까지 해가면서. 그러나 일은 거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그림을 바꿔치기하곤 기쁜 마음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아내 전화기의 벨소리가 자신이 있는 곳 침대 밑에서 들리는 것이다. 이렇게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다니. 이렇게 로게르 브론의 위험한 모험이 시작되었다. 과연 아내의 외도가 사실인지 아니면 함정인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계속 읽어나갔다.
굉장히 더럽고 치욕스럽고 당황스럽고 억울한 일들이 본격적으로 로게르 브론 앞에 펼쳐졌다. 클라스 그레베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가 만들어 놓은 장치들이 속속 드러났다. 굉장히 빠른 전개 덕분에 제대로 스릴을 느낄 수 있었고, 굉장한 반전들도 숨어 있었다. 그럴수록 책장은 더욱 빠르게 넘어갔고,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었다. 주인공이 헤치고 정리해 나가는 사건들은 때로는 위태로워 보이지만 강한 짜릿함을 주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가 쓴 여러 책들 중 한국에 소개된 첫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그의 다른 책들도 곧 한국에 소개되고 번역되어 읽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