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박주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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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학생이던 시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듯 수능시험 보고 대학교에 입학만 하면 내 인생은 강처럼 물 흐르듯 흘러갈 줄 알았다. 대학교에 입학하는 게 마치 인생의 목표인 양 생각하고 달렸었다. 막상 대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지금까지 달려온 길은 제자리 뛰기에 불과했다. 진짜 달리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내 앞에 새로 펼쳐진 세상은 내 예상과는 확연히도 달랐다. 오히려 더 막막하고 험난한 벌판에 발가벗고 선 기분이었다.


이 책에는 열심히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찾아 싸우는 주인공이 있었다. 스물일곱 윤승아. 성적도 그런 대로, 대학교도 그런 대로, 집안도 그런 대로, 모든 게 그런 대로인 채로 스물일곱이 된 그녀는 그러나 지금, 백수다. 얼굴은 예쁘지만 얼굴만큼 예쁘게 말하지는 못하는 탓에 특이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리고 승아에게 특이하다고 말하는 이들의 의도는 분명 그런 것이 아니지만, 승아는 칭찬이라 생각해버리고 만다. 대학교 졸업 후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1년 만에 쫓겨나고 말았다. 그 후로도 이 회사 저 회사를 돌아다니며 잠깐씩 몸을 싣고는 했지만 그마저도 그만둔 지 오래되었고, 작은 오빠 집에서 놀고먹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밥을 먹는 것도 귀찮아 몸은 빼빼 말라갔고, 밖으로 나가는 것도 귀찮아 친구로부터 전화가 오면 아프다는 핑계를 대기 바빴다.


승아는 2남 1녀 중 막내다. 어려서부터 세 남매 중에서 유독 예쁨과 사랑을 받았던 큰 오빠는 결국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비롯해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만날 말썽을 부리고 사고를 만들기 바빴던, 장래가 걱정스러웠던 작은 오빠는 지금 셋 중 제일 번듯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문제없이 살고 있었다. 사회에 내던져진 삶은 학창시절의 그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늘 큰 오빠와 비교당하는 삶을 살아서인지 승아는 유독 모나고 뾰족한 성격을 가졌다. 무엇 하나 한 번에 오케이 하는 법이 없었고, 낯선 사람의 접근은 철벽방어로 대응했다. 그것은 타인의 의도치 않은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는 승아만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툭툭 가치 돋친 말을 내뱉곤 하는 승아가 얄밉고 답답하면서도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묻는 작은 오빠의 말에 승아는 명확히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무엇이 승아 자신의 삶의 가치를 높여줄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그녀의 삶은 카페 누아르에서 변화를 맞게 된다. 언제나 만나기만 하면 원수 같이 싸웠던 성우로부터 글을 써보란 말을 듣고 진심으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에 대해 조금씩 없던 욕심을 갖게 되고 무언가 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고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한 가지 궁금증이 남아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승아의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진우인지 진우 친구 정신과 의사인지 확실하지가 않다.


이 책 <종이달>의 윤승아를 보면서 지금 무엇을 하며 인생을 살아야 할지 고민인 나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 번 뿐인 인생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고민이고 걱정스러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윤승아가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위로를 받았고 용기를 얻었다. 지금도 승아와 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는 많은 이십대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이 책을 읽고 잠시나마 마음을 쉬이며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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