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로드 - 가슴이 뛰는 방향으로
문종성 지음 / 어문학사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여유와 편안함이 넘치는 여행을 좋아한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서 짐을 싼다.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른다. 이왕이면 뷰가 좋고 고층인 호텔을 숙소로 잡는다. 그리고 밤이 되면 테라스에서 보이는 멋진 야경에 젖어본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안정과 안락함을 느끼는 그런 여행을 해왔고 또 선호해왔다. <청춘로드-가슴이 뛰는 방향으로>를 읽고 나서, 평소 나의 여행 스타일을 돌아보고 생각을 약간 전환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바리바리 짐을 싸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니거나 부족한 금전에 허덕이며 사서 고생을 하는 그런 여행은 꿈에도 경험해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질색으로 여기던 그런 여행을 이 책의 저자가 아주 제대로 하고 있었다. 멕시코 여행을 그것도 자전거를 이용해 자그마치 3360시간이나 버텨내다니. 여행이 아니라 고행 아닌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도 전, 저자의 경험에 입이 벌어졌다. 아무리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공감도 이해도 할 수 없었다. 얼마나 고생스런 여정이 펼쳐져있을지 훤히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저자에 대한 나의 태도는 역전되어버리고 말았다.


<청춘로드>는 이 책의 저자가 북부 멕시코를 거쳐, 중부 멕시코도 거쳐, 남부 멕시코까지를 여행하는 140일 간의 여정을 담은 여행 에세이다. 정해놓은 숙소도 없었고, 그저 짐과 자전거와 몸뚱이뿐이었다. 도로를 달리다가도 뒤에서 큰 차 소리가 나면 얼른 옆으로 피해 있어야 했고, 험한 길을 달릴 때면 어김없이 자전거 바퀴에 구멍이 나버렸다. 길거리 음식을 잘못 먹고는 폭풍 설사를 하기도 했다. 특히나 이 장면은 저자의 묘사가 너무 적나라해서 눈으로 읽으며 그 느낌을 그대로 후각으로 전달받았었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주의하라’는 작은 경고라도 있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비위가 약하지는 않지만 정말 남의 똥 이야기를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읽게 될 줄은 몰랐다. 길거리에서 인생을 배우는 가난한 마을의, 그러나 표정만큼은 천진난만한 아이들로부터 250불이나 되는 카메라를 바로 눈앞에서 뺏겨버리기도 하고, 잠시 한눈 판 사이 소방서 직원으로부터 500페소 돈을 도둑맞기도 했다.


그렇게 여행길에서 위기와 마주치고 나면, 정말 신기하게도 마치 짜인 각본처럼 곧 구원과 도움과 친절의 손길이 금방 저자에게로 뻗어왔다. 노부부가 짠, 하고 나타나 구조를 해주고, 잘 곳이 없어 경찰서나 소방서에 들어가면 기꺼이 당연하다는 듯이 잘 곳을 마련해주고 먹을 것까지 신경써주었다. 멕시코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간 큰 코리안에게 마을 사람들은 무료로 음식을 제공해주기도 하고 여행비를 대주기도 했다. 잘 곳 없는 낯선 한국인에게 비록 가난하지만 자기 집에 와서 자라고 친절을 베푸는 멕시코 여자도 있었다. 짐짝같이 느껴졌던 자전거가 저자에게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주었다.


외로움과 친구 삼아 자전거 페달을 밟던 그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책장을 넘겨나갈수록, 그리고 여행이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저자의 얼굴도 점점 현지인처럼 되어가는 것 같았다. 무서운 그림자와 천사 같은 얼굴이 함께 있는 곳, 위험하면서도 정이 넘쳐흐르는 곳 멕시코에서 저자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저자의 경험을 통해 나 역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책 한 권을 통해 노력 없이 거저 배움을 얻게 된 것 같아 고생한 저자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그냥 자신의 일기장에 적어놓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멕시코 여행기는 저자의 뛰어난 문장력과 저자만의 낙천적이고 도전적인 성격, 그리고 탁월한 단어 선택으로 더 재미있는 에세이가 된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단 한 순간도 여행의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이게 바로 여행 에세이를 읽는 재미다.


저자처럼 겁 없이 그런 여행길에 오를 준비가 나는 되어 있지 않다. 앞으로도 영원히 나는 아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편안한 여행을 추구할 것이다. 그것에서도 배우고 느끼게 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그래서 마음은 즐겁지만 몸은 고된 <청춘로드>와 같은 여행은 에세이를 통해 느끼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실감나는 이야기였다. 저자가 계속해서 여행을 하고 에세이를 써 주기를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