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을 벗고 사람을 담으려오

양반을 벗고 사람을 담으려오 - 소설로 쓴 연암 박지원의 생애와 문학
김용필 지음 / 문예마당 / 2011년 6월

연암 박지원의 생애와 문학작품들에 대해서, 그것이 대강이라 하더라도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 김용필은 <양반을 벗고 사람을 담으려오> 안에 인간 박지원의 삶을 소설화하여 담아 놓은 것 같다.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해 첫사랑을 만난 이야기, 가세가 기울어 어떤 환경 변화를 겪으면서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사귀는 과정에서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단연 천재라고 할 수 있을 연암을,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인간 박지원으로 바라보았을 때는 조금 답답한 구석도 있고, 고지식해보이기도 하고, 술에만 빠져 사는 것 같기도 하고, 고집불통인 것 같기도 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연암 박지원이 나라와 백성들을 생각하고 실학을 실천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애쓰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방식의 문장으로 글을 써 만들어내는 등 세상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바꾸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는 역시 연암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청렴한 할아버지 때부터 조정과 빚어진 악연은 박지원에게까지도 그 영향을 미쳤다. 과거시험을 볼 때마다 분명히 장원급제가 틀림없는데도 박지원은 어김없이 낙방을 했다. 그것은 박지원으로부터 벼슬에의 목표를 상실하게 만들었고 좌절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박지원에게는 사람이, 벗이 끊이지 않았다. 혼인을 하던 때 만난 장인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가난한 박지원은 일을 하지 않고서도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복한 그의 제자들이나 벗들, 그리고 옛 사랑으로부터 경제적으로 계속해서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벗들이 많은 것은 분명 자랑해야 할 일이고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박지원이 가정에 대해서는 약간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남기기도 했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박지원의 삶과 그 속에서의 생활들을 소설화한 것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도 ‘실존 인물인 연암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하였기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역사적 사건들 등은 대개 고증에 충실하려고 하였다. 물론 소설이라는 특성상 이야기의 흐름을 부드럽게 하고 극적인 묘미를 위하여 일부 인물과 사건들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한 부분도 있으며 소설에 나오는 일부 사건과 일화들은 연암의 연보와 비교했을 때, 시간의 순서가 바뀌거나 가공된 부분도 있음을 밝힌다.’라고 적어 놓았다. 독자들 중에는 박지원에 대해 완벽히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연보 정도는 뒤에 부록으로 실어두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어떤 부분들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도 밝혀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