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조현경 지음 / 예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세 여자가 각각 사랑하고 살아가는 세상이 이 책 <샴페인>에 담겨있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녀들의 성공’이 아닌, ‘성공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재벌가의 둘째딸로 태어난 서진은 그러나 장남 오빠의 그늘에 가려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했고, 회사를 이어받아 경영하고 싶은 꿈은 차선책으로 바뀌었고 법원판사가 되었다. 그리고 서진과 가장 친한 친구 희경이 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희경은 서진으로부터 경제적 도움까지 받아가며 악착같이 공부하며 살았고 결국 미국에서 유명한 모자 디자이너가 되었다. 하지만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던 희경의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는 어마어마한 회사 돈을 횡령했고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희경은 가족을 이끌고 서진을 따라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계속해서 서진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희경의 남편은 영화감독을 하겠답시고 기회만 엿보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도 아이들은 이코노미에 태우고, 자기 자신만 비즈니스에 타는 그를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는 겉치장하고 품위유지를 하는 데에만 절어 있는 모습은 정말 보기 싫었다. 분명히 잘못을 했음에도 오히려 자신은 위로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서진에게도 있었다. 서진 부부는 서진의 집안 덕분에 재벌가 로열 패밀리로 인정받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이었다. 남편이 자신과 결혼한 것이 순수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후부터 둘은 대외적으로만 부부인 관계가 되었다. 서진은 배신감을 느끼며 계속해서 남편을 밀쳐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등장하는 여자, 혜리. 그녀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컬에서도 가장 작은 부분을 맡고 있는 코러스다. 우연히 교통사고가 났고 가해자가 자신과 같은 한국인임에 잠시 반가움을 느꼈지만, 명함 속에서 그가 재벌임을 알게 되고는 동아줄을 잡듯이 그를 잡았다, 그가 유부남이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그녀는 하버드 출신이라고 학력을 속였고, 깨끗하지 않았던 과거도 숨겼고 오직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신정아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였다.


서진에게 남자가 생겼다. 텅 빈 피트니스 센터에서 만난 두 사람. 사랑보다는 친밀함이 필요했던 그녀에게 모델 크리스는 다정하고 섬세하게, 천천히 다가왔다. 크리스는 서진의 도움으로 스타덤에 올랐고 그런 크리스를 서진은 놓아주려 했다. 이별을 감당하지 못해하는 크리스가 너무 안쓰럽고 불쌍했고 진짜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높은 곳과는 어울리지 않게 많은 음모와 거짓말과 더러운 밑바닥이 그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결국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그 사건에 세 여자가 각기 다른 동기와 이유로 휘말렸다. 그리고 세 여자는 선택받아 도움을 받는 쪽과 추악한 실체가 드러나 버림받는 쪽으로 나뉘었다.


우정의 진실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진짜 사랑도 볼 수 있었다. 욕심에 눈이 먼 여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볼 수 있었다. 세 여자를 둘러싼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역시 아주 인상적이었다. 각 상황들은 빠른 속도로 전개되었고 읽으면서 그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가슴을 졸이기도 했고, 등장인물과 함께 가슴 아파하기도 했고, 사랑을 느끼기도 했고, 허무하단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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