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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
로렌 올리버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죽었다. 제대로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분명히 자동차 사고가 났고 나는 죽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알람소리가 들린다. 문득 정신을 차렸는데 깨어난 곳은 집이고 침대 위다. 천천히 현실감을 찾아보니 오늘은 2월 12일 금요일. 이상하다. 분명 어제가 금요일이었는데 오늘도 금요일이란다. 이상하고 지독한 악몽을 꾸었나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꿈이 아니었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오늘 다시 그대로 일어나고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If Only>의 것과 소재가 비슷했다. 마지막 하루가 반복된다는 것. 이 책 <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의 ‘나’인 샘에게는 2월 12일 금요일 사고 나던 날이 일곱 번 반복되었다. 과연 샘은 반복되는 마지막 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지 궁금해졌다.
고등학생 샘에게는 항상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 린지, 앨리, 엘로디가 있었다. 그들은 항상 붙어 다니고 함께 놀며 모든 것을 공유한다. 여느 사춘기 아이들처럼 패션과 이성에 관심도 많고 거침없고 겁도 없다. 오늘은 ‘큐피드 데이’라 서로 장미도 주고받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케빈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놀러가 신나게 놀기도 했다. 게다가 오늘은 샘이 남자친구 롭과의 첫경험을 하기로 한 날이기도 해 넷은 모두 들떠있기도 했다. 첫 번째로 죽던 날 롭은 만취했고 평소 사이코로 통했던 줄리엣이 파티를 망쳐놨고 집으로 가던 중 사고가 났었다. 똑같은 하루를 경험하면서 샘은 처음에는 당황했고 공포를 느꼈고 혼란스러워했지만 곧 상황파악을 하고는 주어진 오늘을 거부하려던 것을 체념했다. 샘은 잘못된 것들을 하나씩 바로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일은 점점 더 꼬이고 어긋나기만 했다.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했다.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계속해서 마지막 하루를 경험하던 샘은 드디어 삶과 생명의 가치에 대해 조금씩 깨달아가기 시작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고, 그동안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며 그것을 즐겼었는지를 깨닫고 뉘우쳤다. 그리고 마지막 하루를 맞이하면서 샘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후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생각하기 나름이 될 것 같다. 또 다른 2월 12일이 반복될 수도 있고 거기서 멈출 수도 있을 것이다. 행복한 결말을 바라고 있었는데 그 점이 살짝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