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왕
로버트 슈나이더 지음, 김해생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로버트 슈나이더의 <오르가니스트>를 읽었을 때, <향수>와 참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향수>가 후각을 이용했다면, <오르가니스트>는 청각을 이용한 것이었다. 그때도 적지 않게 충격을 주었던 작가 로버트 슈나이더의 책을 또 한권 발견했다. <밤의 여왕>이었다. 이번엔 어떤 모습으로 충격을 줄지 궁금했다.


<밤의 여왕>은 라인탈 골짜기의 작은 마을 상트다미안에 사는 안토니아의 삶을 그린 이야기이다. 안토니아에게는 부모님과 언니 베로니카가 있었고, 동생들 막달레나, 아말리에가 있었다. 이보다 더한 사랑은 없을 만큼 안토니아는 부모님과 자매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살았다. 그러다 안토니아가 일곱 살이 되던 해 어느 날, 안토니아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안토니아는 황홀함을 줄 만큼 멋진 목소리를 들었고 그 꿈을 계기로 변해버렸다. 자신은 어딘가로 떠날 것이라고, 떠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기만 했다. 안토니아는 특이하게도 목소리를 냄새와 색깔 또는 그 혼합으로 인식했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원래는 레몬 같이 노랗고 상큼한 신맛이지만, 부활절 즈음에는 나뭇진 냄새를 풍겼다. 신부님의 목소리에서는 어머니의 젖 맛이 났다. 어떤 사람의 목소리는 건초의 느낌을 주었고, 또 어떤 사람의 목소리에서는 향 태우는 냄새를 맡았다.


1923년 10월 14일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날, 안토니아는 드디어 손꼽아 기다리던 떠날 날과 마주하게 되었다.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줄 사람으로만 믿었던 나로디를 따라 미국으로 떠나게 된 것이다. 누렇게 색이 바래고 곰팡이가 슨 종이 냄새나는 목소리를 갖고 있던 나로디는 알고 보니 인신매매업자였다. 미국으로 향하는 배 안 3등 선실에서 안토니아는 자신의 목소리의 힘을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었다. 고향을 떠나 끊임없는 항해에 불안해진 3등 선실의 사람들을 위해 안토니아는 노래를 불러주었고, 그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그들이 묘하게 평온해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드디어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안토니아는 새로 알게 된 친구와 함께 인신매매업자로부터 도망쳐 뉴욕 뒷골목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도둑질도 서슴지 않고 하는 안토니아와 발타사는 점점 그렇게 타락해갔고, 나중에는 몸을 파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이야기의 첫 부분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서 더 이상 읽어나가기가 힘들고 벅찰 정도였다. 그러다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쓰레기더미 속에서 꺼내어 끌어올려줄 사람을 만났다. 젊은 지휘자 아론을 만나면서 우리의 안토니아는 다시금 삶의 전환점을 맞았다.


이야기는 정말 느릿느릿하게 전개된다. 저자 로버트 슈나이더의 글을 따라가며 천천히 조금씩 클라이맥스에 다다를 수 있었다. 밑바닥을 치고 올라온 안토니아가 무대에 섰을 때의 모습은 정말 매혹적이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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