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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한 친구들 ㅣ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평점 :
서점에서, 그림은 아예 다르지만 어떤 책 한 권을 떠올리게 하는 표지를 발견했다. 제목은 평범했다, <너무 친한 친구들>. 연상되는 책의 저자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나 싶어 저자 소개를 읽어보았다. 어김없이 대표작 란에는 예상했던 바로 그 책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바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었다. 읽은 지 꽤 되었는데도 아직도 베스트셀러 코너에 올라 있는 책. 독일 작가의 추리소설이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았을 때 읽었던 책이라 더욱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 책의 저자 넬레 노이하우스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이야기는 한 동물원에서 사람의 신체 중 일부가 발견되어 경찰서에 신고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손이 발견되더니 곧 발도 발견되었다. 피해자는 한스 우를리히 파울리. 그의 배경이 교사이자 아주 열정적인 환경 운동가였기 때문에 이야기는 환경적이고 시사적인 문제들도 다루고 있었다. 파울리에 대한 묘사로 미루어보면 그는 흑백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그의 생각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그게 누구든 파울리의 비판을 받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난까지 받아야 했다. 그래서 파울리에게는 적이 많았고 수사는 좀처럼 갈피를 못 잡았다.
파울리의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사람이 용의자 선상에 오르고 내렸다. 책을 읽으면서도 누가 범인인지 계속 헷갈렸다. 파울리와 말다툼을 한 사람도 여럿이고 그에게 협박을 한 사람도 여럿이고 몸싸움을 한 사람도 있었다. 왜 이렇게 적이 많은 채로 세상을 살다 죽었는지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거미줄 같이 꼬여있는 상황 속에서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형사 피아는 용의자에게 한발 한발 다가간다. 용의자들이 각각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하나같이 부끄럽고 추악한 내면을 보여야만 했다. 그렇게 인간 바닥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이 좇는 돈, 명예, 성에 대한 뒤틀린 욕망의 모습이었다.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 추리소설이지만 이 이야기의 배경에 월드컵이 있고, 월드컵 보는 것에 목숨을 거는 벤케 형사도 등장시켜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보텐슈타인의 가정 이야기와 피아의 사랑을 찾는 이야기까지 곁들여 있어 살인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가 무겁지만은 않았다. 또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굉장히 밀접하고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그 관계를 살펴보며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알고 보니 이 책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보다 전에 쓰인 이야기였다. 그래서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리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아주 푹 빠져 읽었던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에는 완벽히 흡수되어 집중력을 갖고 읽지 못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