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그녀들이 - 임경선 연애소설
임경선 지음 / 학고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사진 같은 그림 같은 표지의 책이 눈에 띄었다. 순전히 일상적인 것 같으면서도 묘한 표지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다. 연애 소설이라는데 단편이었다. 연애 이야기를 썼다면 그래도 길이가 꽤 길어야 읽을 만한다고 생각했는데 한 권의 책에 아홉 개의 이야기를 싣다니, 그 짤막한 이야기 속에 연애 이야기가 얼마나 담길 수 있겠냐는 의구심을 품고 책을 읽어나갔다.


<어떤 날 그녀들이>에는 도쿄 만감, 남자의 순정, 플라스틱 러브, 달팽이 껍질 속 사랑, 어떤 날 그녀들이, 열정의 끝, 크리스마스 이브에 생긴 일, 친구 이상 애인 미만, 해후라는 제목으로 아홉 개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다. 연애소설이지만 말처럼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은 사랑 이야기들이었다. 사랑이 떠올리는 행복과 즐거움보다는 아픔과 내세울 수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연하남을 떨쳐내려는 계획을 세우고 함께 떠난 도쿄 이별 여행에서, 그러나 더욱 자신에게 매달리고 사랑을 확신하는 연하남과 맞닥뜨리게 된 영미의 이야기,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를 좋아했던 형준의 부끄럽고 김빠진 섹스와 사랑 이야기, 비밀 사내 연애를 하는 현주와 석훈,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들어 현주를 갖고 논 한 여자의 이야기, 유부남을 사랑하는, 공황장애를 겪으며 슬플 때에만 섹스를 하고 싶다는 주희의 이야기, 의사들에게 약을 팔기 위해 접대자리에 나섰다가 쓰러진 제약회사의 여직원 지수와 그녀가 친구 정원에게서 느낀 이상야릇한 감정을 담은 이야기, 남자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임했던 과거를 지나 몇 년 만의 재회에서 남자의 유혹을 보란 듯이 거절하는 수정의 이야기 등 저마다 소재와 상황은 다르지만 그들만의 연애 이야기였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도 있었고,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을 해 함께 열을 올린 이야기도 있었고,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과감하고 쿨하게 사랑을 하는 여자도 있는가하면 소심한 모습으로 사랑을 하는 여자도 있었다. 질투의 화신이 되는 사랑도 있고 모든 것을 끌어안는 사랑도 있었다. 너무 솔직해 보이기도 해서 그녀들의 일기를 엿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칼럼을 읽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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