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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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만발해있고 도처에서 꽃향기가 나고 주변의 모든 곳이 아름다워 마치 환상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드는 그런 낙원 같은 곳, 을 두고 ‘꽃섬’이라 부르는 줄 알았다, 이름이 정말 예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쓰레기 ‘꽃섬’의 존재를 알았다. 처음 딱부리가 엄마를 따라 꽃섬에 들어설 때도 짧게나마 그런 환상에 젖어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꽃섬은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꽃섬은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그리고 쓸 데가 없어져버린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했다.


버려진 것들, 부서진 것들, 쓸모없는 것들이 꽃섬에는 넘쳐났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속에서 음식들을 모아 ‘꽃섬탕’을 끓여 먹는 사람들.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는 사람들. 내가 무심코 쓰레기통에 버렸던 물건들을, 음식들을 그들은 줍고 분해하고 해체하고 또 모으고 있었다. 필요하면 서로 가족이 되고 형, 동생이 되고 남편과 아내가 되어 함께 살았다. 딱부리의 엄마는 땜통이의 아빠인 아수라 반장과 살림을 합쳤기 때문에 딱부리는 그렇게 땜통이의 형이 되었다. 딱부리와 땜통은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듯 서로를 받아들였다. 꽃섬의 다른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학교 대신 교회에, 그것도 가끔 내킬 때 나갔다. 서로의 이름 대신 별명을 불렀고 나이를 부풀리기도 했다. 꽃섬 안에서의 나름대로의 규칙에 따라 그들은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있었다. 그것이 그들의 삶이었다. 이곳과는 조금 다른 그들만의 삶이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꽃섬은 지저분하고 냄새 나고 보통 사람들로부터 격리 아닌 격리를 당하는 곳이기도 했다. 꽃섬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꽃섬 아이들은 참 맑아 보였다. 항상 함께인 딱부리와 땜통의 모습은 진짜 가족처럼 정겨워보였고 보기 좋았다. 때타지 않은 순수함이 아이들에게는 있었다. 김서방 네가 준 돈뭉치로 딱부리는 땜통을 백화점으로 데려가 오락기도 사주고 옷도 사 입히고 신발도 사 신겼다. 누구보다 행복한 형제의 그림이었다. 황석영 작가의 글에서 느껴지곤 했던 따듯함이 여기서도 느껴졌다.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딱부리가 땜통을 잃어버려 헤매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혼자 우는 땜통을 드디어 발견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웠을 때, 딱부리와 땜통이 참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작고 소박한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였고 또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도 생겼다.


결국 땜통이 비극을 맞이했을 때, 딱부리의 엄마가 서럽도록 울었을 때, 내 마음도 함께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던 사람들에게 그런 일이 생겨 정말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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