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조너선 프랜즌 지음, 홍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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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700여 쪽이 넘는 길고 긴 이야기를 만났다. 두꺼운 책을 앞에 두고 있으면 저절로 설렘과 기대감이 생기는 것 같다. 책은 참 두꺼울수록 좋다. 뉴욕타임스, 아마존닷컴 베스트 1위, <타임>, <뉴욕매거진>, <뉴스데이> 올해 최고의 소설 1위, 2010년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선정 도서 등 화려한 타이틀이 이 책에 붙어 있었다. 책이 두꺼운 만큼 다 읽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 책 <자유>는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지금은 이미 중년이 된 패티 버글런드와 월터 버글런드 부부가 중심이 되어 그들과 주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이 책에 그려져 있었다. 패티는 중년의 위기를 겪으면서 우울증에 빠졌고 자서전을 써 보라는 정신과 의사의 지속적인 권유에 따라 자서전을 썼고, 그 속에서 자신을 1인칭이 아닌 3인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오래 숨겨둔 비밀을 하나씩 풀어나갔다.


패티와 월터의 각각의 부모 이야기, 패티와 월터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 제시카와 조이 이야기, 이렇게 책에는 3대의 이야기가 흐름을 타고 실려 있었다. 이 책 <자유>는 가족 내에서의 갈등과 어긋나는 가족 관계뿐만 아니라, 가족 외에서의 갈등도 포함하고 있었다. 가족, 친구 간의 사랑과 갈등, 질투와 화해, 이별과 용서,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붕괴하는 가족 등의 복합적인 관계를 그리고 있었다. 또 미국 정치의 이념적인 대립과 자본주의를 둘러싼 갈등, 환경 보호 문제 등의 다양한 문제들도 다루고 있었다.


청소년 시절의 패티를 거의 지배하다시피 했던 엘리자와의 일화는 참 흥미로웠다. 패티가 엘리자의 병적인, 우정을 가장한 사랑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심각한 집착과 비정상적인 면을 꽤나 오랫동안 눈치 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엘리자는 언제나 마약을 곁에 두고 있었고, 백혈병에 걸렸다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아이였다. 강간을 당하고 돌아온 패티의 문제를 맞닥뜨린 그녀의 부모님의 대처 방법은 정말이지 기가 막혔다. 마약과 섹스. 분명히 패티의 삶은 평범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오히려 이상적인 방향과는 반대로 흘러갔다고 볼 수 있다. 사랑에 확신이 없는 상태로 결혼을 하고, 어쩌면 내내 다른 사람을 사랑했는지도 모르고, 만족을 하지 못하고, 옛사랑 비스름한 리처드와 바람을 피우고 방황을 하기도 했다. 등장인물들이 격정적인 감정변화를 겪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불안해지기도 했고 어지러워 아찔해지기도 했다.


딱히 이렇다 할 중심을 잡는 사건은 등장하지 않는다. 여러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때때로 사람들은 자유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를 인식하지 못한 채 실수를 저지른다. 마치 자신의 자유를 정당한 방식으로 가지는 듯해 보이지만, 실은 자신의 인생을 좋지 않은 방향으로 끌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는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유와 사랑에 대해서 그리고 인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그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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