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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D등급 그녀
진소라 지음 / 예담 / 2011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세상에서 제일 믿을 수 있는 존재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엄마 혹은 아빠를 꼽을 것이다. 세상이 모두 나를 등진다고 해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품을 열고 있어주는. 그런데 여기 엄마한테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여자가 있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열심히 뒷바라지를 해 검사가 되기까지 조력했는데, ‘마담뚜’ 엄마는 물론 모르고 그런 것이지만 그를 부잣집 데릴사위로 엮어 넘긴다. 기가 찼다.
처음 그녀의 이름이 ‘우신’인 걸 알았을 땐 참 멋진 이름이구나 싶었고, 그녀의 성이 ‘고’라는 걸 알게 되면서 고결하고 고귀한 이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평생을 가족 부양을 위해 일하셨던 고우신의 아빠는 결국 병에 걸리고 말았고, 아빠가 돌아가시기까지 1년간을 대학도 포기하고 그 곁에서 병간호를 했다. 자기 말고도 딸이 둘이나 있고 엄마도 계시지만, 그들은 병원에 들러도 눈살을 찌푸리기만 할뿐 사랑의 감정도 걱정의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다. 그런 게 애초에 없었던 사람들처럼. 엄마는 고우신이 ‘남자 장희빈’이라 부르는 남자와 재혼했고 그 사이에서 고훈이란 아들을 얻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가족의 구성원이 되기 싫었던 고우신은 점점 가족에게서 멀어져갔다. 그리고 그들 가족은 한 데 똘똘 뭉쳐 고우신을 빼고 해외로 어디로 여행을 다닌다. 결국 그녀는 사랑하던 애인과 가족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셈이었다.
20대 중반을 넘어선 여자, 고우신의 사랑과 실연, 독립과 또 귀여운 복수와 자살 소동, 또 새롭게 다가온 사랑 등 삶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글의 전개도 빠른 편이고 이야기도 재미있어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무엇보다 매력적이고 통통 튀는 고우신의 캐릭터가 재미있었다. 결혼정보회사의 비인간적인 회원등급제에 의해 D등급 혹은 그 이하의 등급을 맞았을지언정 고우신, 그녀의 삶을 놓고 봤을 땐 분명 A등급일 것이다. 무엇이든 열심이고 무엇이든 자신이 양보하는 편을 택하는 고우신은 언제 어디서든 기죽지 않고 그녀만의 당당함을 보여주었다. 지금도 분명 열심히 살고 열심히 사랑하고 있을 고우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