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네 집
김옥곤 지음 / 책만드는집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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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집을 읽으면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머릿속에 단 몇 편의 이야기만 남는다. 못난 기억력에 한계를 느끼며, 단편 소설을 되도록 피하려고 한다. 그래도 단편소설을 읽은 경험이 꽤 있는데, 그중 대부분은 장편소설로 알고 읽은 경우이다. 이 책 역시 그랬다. 첫 번째 이야기를 읽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아, 단편이구나 싶었다. 여덟 개의 이야기가 이 책 <미라네 집>이라는 이름 아래 실려 있다.


역광 속으로

비천, 그 노을 속의 날갯짓

신경초

미라네 집

해술이

목사와 고양이

슬픈 이중주

아버지의 선물


여덟 편의 이야기들은 전부 그 배경과 소재가 각각 다르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모두 어린 시절의, 혹은 한때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광 속으로>에서 ‘나’는 출사하던 중 어린 시절 아버지와 사진 찍던 것과 아버지, 유치원 선생님과의 비밀스러웠던 만남을 떠올리고 남달랐던 인연을 만난다. <비천, 그 노을 속의 날갯짓>에서의 ‘나’는 과거 집안일을 도와주던 운예 누님과의 추억, 그리고 금동이의 비범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신경초>는 ‘내’가 학창시절 친구의 이모를 좋아했던 경험, 복잡하게 얽혀있던 친구네의 이야기에 대한 회상이 담겨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미라네 집>은 결혼한 ‘내’가 과거에 짝사랑했던 여자의 이름으로 된 카페에 가게 된 이야기, 그 곳에서 들은 여자의 이야기이다. <해술이>는 해술이란 사내의 특이한 삶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의 죽음을 가마우지들이 슬퍼하며 울어주기까지 하는 이야기이다. <목사와 고양이>는 정 목사와 교회 안에서의 갈등, 그리고 고양이 삭개오의 이야기이다. <슬픈 이중주>는 셔블과 재용이 금판데에 갖고 있는 각각의 기억을 인터넷에서부터 현실세계에까지 공유하는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선물>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선물과 사업, 그리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나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가슴 속에 남아있던 이야기는 <비천, 그 노을 속의 날갯짓>이었다. 특별한 금동이의 짧기만 한 삶이 안타깝고 가슴 아팠다.

우리는 모두 과거를 안고 산다. 그것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얽매여 살아갈 수도 있다. 힘들어 죽을 것만 같던 순간도 그때가 지나 과거가 되면 웃으며 반추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도 부끄러워 생각조차 하기 싫은 과거도 물론 있고, 아주 자랑스러워 계속 잠겨있고만 싶은 과거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길지는 않지만 내가 살아온 삶 속에서 기억에 남는 몇 장면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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