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턴맨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박연진 옮김 / 솟을북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스턴맨 stern men’은 ‘뱃고물꾼, 거친 사내들’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스턴맨도, 뱃고물꾼도 내게는 그저 낯선 말이었다. 아주 인상적으로 봤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책을 쓴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말에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포트 나일스 아일랜드와 쿤 헤이븐 아일랜드, 두 섬의 역사와 조상, 특징, 사람들의 외모와 성격, 문화, 삶 등을 소개하는 것으로 <스턴맨>은 시작한다. 두 섬 사이의 지나친 경쟁과 서로에 대한 야만적인 위협을 제외하고는 이야기는 대체로 잔잔한 편이었다. 초반에는 잔잔하다 못해 싱거운 느낌마저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은 지루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한 여성의 세련되면서도 발칙한 인생 이야기’를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나갔다. 그 한 여성의 이름은 루스 토머스인데, 전형적인 바닷가재잡이 아버지와, 섬 밖 명문 앨리스 가의 입양가족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의 의지로 섬에서 벗어나 교육을 받았고, 그 후 도시생활을 할 수 있었음에도 루스는 기어코 섬으로 되돌아와 섬 생활을 고집한다.


사실 책 읽기가 중반을 지날 때까지만 해도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아 나름 고생을 했다. <스턴맨> 이야기는 그들, 뱃고물꾼들의 삶과 생활 터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가끔 풍랑이 일 때를 빼고는 한없이 잔잔한 바다, 그리고 그 위에서 생업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루스 토머스의 ‘세련되면서도 발칙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섬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 같았고, 그 점에 있어서는 조용하고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듯, 대부분 한적하고 평화롭게만 느껴졌다. 다만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의 특성상 직업이 한정되어 있고, 현실에 안주하고 마는 보통의 섬사람들에 비해 루스 토머스는 한계를 극복하고 자기가 할 수 있고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을 개척하여 해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한 편의 성장소설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섬 안에서 가족처럼 지내는 이웃들과의 이야기, 루스의 엄마와 할머니의 이야기, 루스의 부모님이 만나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 섬 밖 앨리스 가 사람들의 이야기, 루스의 사랑 이야기, 루스 주위의 모든 이야기들이 놀랍거나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안타깝고 속상하기도 했고, 다정하고 따뜻하기도 했고, 재밌고 흥미롭기도 했다. 그리고 종종 개성적인 인물들의 등장으로 인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높여주기도 했다. 각 장의 처음 부분마다 바닷가재의 특성이 하나씩 쓰여 있었는데 그것을 읽는 재미도 아주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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