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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스포츠를 잘 하는 편도, 잘 아는 편도 아니다. 지루해하지 않고 볼 수 있는 스포츠를 말하라면 축구와 야구 정도. 축구는 2002 월드컵 때 온 국민의 응원 열풍 속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었다. 처음 야구를 눈여겨보게 된 계기는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 <천하무적 야구단>이었다. 그들이 야구를 즐기는 모습과 야구의 룰을 쉽게 설명해주는 것을 보며 조금씩 야구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종종 예능 프로그램에 야구 선수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참 유쾌해보였고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아직도 잘은 모르지만 야구 경기를 볼 때면 따로 응원하는 팀이 없더라도 손에 땀을 쥐곤 한다.
스포츠와 관련된 이야기는 인생과 축구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던 <아내가 결혼했다>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 책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을 읽게 되었다. 야구를 글로 접하게 된다는 생각에 설렘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또 ‘서울대’와 ‘야구부’라는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결합도 호기심을 불렀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누구보다 독하게 공부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서울대. 그곳에 야구부가 있었다. 언제나 전공 서적에만 파묻혀 지낼 것만 같은 서울대생들이 야구부라는 팀 속에서 스포츠를 즐긴다는 생각을 하니 놀라웠다. 책의 목차가 ‘1회초’부터 시작해 ‘연장전’으로 설정되어 있는 점도 재밌었다.
이 책의 주인공 김지웅 역시 서울대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공부밖에 몰랐고, 서울대를 졸업해 대기업 영화 투자 부서에서 승승장구하던 중 시련이 찾아왔다. 겸손할 줄 모르고 자만하다 사기를 당해 실업자가 되었고, 불륜을 저지르고 발각당해 이혼의 위기에도 처했다. 신나게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가 졸지에 ‘루저’로 전락해 버렸다. 좌절과 낙담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김지웅은 이삿짐 속에서 ‘박철순’의 사인이 담긴 야구공을 발견하고는 서울대 야구부를 지내던 시절, 그 과거의 추억 속으로 젖어든다. 그렇게 1회 초 야구가 시작되었다.
태성, 진태, 상화, 재민, 블루맨, 민, 희정, 그들 서울대 야구부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199패라는 경기결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승을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언제나 1등만 해오던 그들이 계속해서 지는데도 계속해서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서울대인가. 그 모습은 감탄을 불러왔다. 그 속에서 지웅 역시 야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고, 때로는 현실의 안정과 이익을 좇아 우정을 잠시 등지기도 하고, 또 방황하기도 하고 갈등을 겪기도 하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도 하면서 성장해나간다. 이미 성인이 된 지 한참이 된 그들이 계속해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껴지는 바도 많았다.
당장 위기를 딛고 일어서야 했던 지웅이 선택한 길은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었다. 생계를 잇기 위해 시작했던 과거 찾기는 점점 자신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찾고 용기를 얻는 과정으로 변해갔다.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던 경기가 이제야 다 끝난 느낌이 들었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속에는 전설이라 불리는 야구 선수들의 역사와 일화도 많이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이입이 돼 울컥하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정말 목숨을 바칠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무엇엔가 그렇게 열정을 갖고 살 수 있을까. 남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두려워 정작 하고 싶은 것을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때가 혹시라도 온다면 태성처럼 모든 인연을 끊고 사라질 용기가 내게 있을까. 감동적인 이야기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