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이야기가 더 있지 않다는 점이, 곤의 이야기를 더 알 수 없다는 점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좀 더 곤의 생활을 엿보고 싶었다. 좀 더 그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그 아름다움을 계속해서 보고 싶었다.


다리 위에서 휴대폰을 줍다 강물에 빠져버린 해류가 그녀를 구해 물 밖으로 건져준 곤의 보고도 믿기 힘든 신비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시간은 거꾸로 흘러 곤의 감추어야 하지만 아름다운 비밀의 시작점으로 돌아간다. 죽음의 위기 속에서 구출된 곤, 곤을 구한 할아버지와 강하, 강하에게 아픔만을 안겨준 친모 이녕, 후에 인연을 맺게 된 강하와 해류, 그리고 운명처럼 곤을 찾아온 해류. 그들의 이야기는 서로서로 관계를 맺고 연결되어 있었다. 곤, 강하, 해류, 이녕. 등장인물들 각각의 이름에서 하나같이 물 기운이 느껴진다.


남들과는 좀 다른 외모를 갖고 살아야 하는 곤을, 표지에 묘사되어 있는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모습을 상상하며 지켜보았다. 남들과 좀 다르다고는 하지만 곤이 사람이라고 딱 정의를 내리기부터가 뭔지 모르게 어렵게 느껴진다. 또 강하와 곤의 관계가 아름다우면서도 가혹하게 다가왔다. 만약 강하에게 상처가 없었더라면 둘의 관계가 좀 달라질 수 있었을까. 강하가 곤에게 갖고 있는 감정은 정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것이었다. 강하의 가슴 깊은 곳에서는 곤을 아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쉴 새 없이 곤을 학대하고 곤에게 못되게 구는 모습을 봐야만 했다. 강하도 곤도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곤은 강하의 마음을 잘 헤아렸다. 곤에게는 할아버지와 강하가 온전한 세상의 전부였기 때문에 사회성이 결여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했는데, 곤은 다행히도 그런 걱정을 가볍게 씻어 주었다.


그리 반갑지 않은 이녕의 등장으로 집 안 세계는 변화를 겪어야 했고, 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인해 곤은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강하가 곤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그 과정이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아팠다. 곤을 향해 강하가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비로소 그의 진심이 곤에게 오롯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아가미>는 이렇게 끊임없이 양쪽의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시간이 흐른 후에도 모두는 각각의 자리에서 열심히, 그리고 서로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흩어져버린 가족을 다시 이어주는 사람이 해류였다. 해류의 등장으로 독자는 강하의 마음을 오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고 둘 사이의 끈끈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아가미>를 읽으면서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강하와 곤의 재회를 바라고 바라면서 읽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어딘지 모를 강 속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을 곤을 상상하며 그를 가슴 속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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