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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넘버 포 1 - 로리언에서 온 그와의 운명적 만남 ㅣ 로리언레거시 시리즈 1
피타커스 로어 지음, 이수영 옮김 / 세계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존재는 영화 때문에 알게 되었다. 영상은 매혹적인 소재와 엄청난 스릴을 예고하고 있었다. 영화를 꼭 보고 싶게 만들었던 예고편 덕분에 개봉하는 날을 하루하루 기다렸고, 그러던 중 책으로도 출간되어 있다는 걸 알고 책부터 읽게 되었다. 최근에 미드 ‘V’를 보면서 이런 소재를 다룬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게 된 것 같다. 지구 밖의 어떤 존재에 대한 이야기들. 미스터리 속에 존재하는 소재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고 그것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보통 같으면 저자의 소개가 실려 있어야 할 책 표지 안쪽에, <아이 엠 넘버 포>의 저자, 피타커스 로어는 자신을 ‘로리언 행성의 지도자’라고 묘사하는 짤막한 설명만을 붙여 놓았다. “로리언에서 온 아홉 명의 가드는 당신들처럼 생겼고, 동일한 언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로리언의 피가 흐르고 있다. 이들은 당신들의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고 꿈꿔온 일을 할 수 있다. 지구의 어떤 생명체보다도 강하고 빠르다. 당신들이 상상하는 슈퍼히어로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다......”
로리언 행성의 어떤 사정으로 인해 아홉 명의 가드들은 각각 넘버 원, 넘버 투 등으로 불리며 지구에 왔고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 로리언인은 세판과 가드로 구성되어 있다. 가드는 레거시, 즉 초능력을 갖는다. 세판은 가드가 자신의 초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옆에서 지도해주고 훈련시키는 일종의 보호자 역할을 맡는다. 얼핏 이들의 관계는 아버지와 자식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끊임없이 쫓는 모가도어 인들이 있다. 로리언을 멸망시키고 이제는 지구까지 삼켜버리려는 못된 계획을 품고 있는 그들을 상대로 넘버 포가 어떻게 맞서는지는 책이 중반부가 넘어갈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로리언 인은 늘 쫓겨 다니고,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로 살아야 하고 모가디언 인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슬픈 운명에 처해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지구인이라는 친구, 연인, 이웃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잠시나마 힘과 용기를 얻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초반부를 읽어나가면서,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투정부리고 말썽을 일으키는 가드를 훈련시키는 세판의 모습을 보면서, 약간은 단조롭다는 생각도 들었고 성장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점점 이야기는 고조되어 갔고 흥미진진하고 스릴감 넘치는 이야기로 탈바꿈을 했다. 순식간에 책 한 권을 뚝딱 읽을 수 있었다. 영화에서는 책에서보다 훨씬 더 스릴 있고 박진감 넘치는 요소들을 추가했지만, 스토리 전개는 거의 흡사했다. 내 생각엔 <아이 엠 넘버 포>가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영화와 책이 가장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다 읽고 나서야 책 표지에서 ‘로리언 레거시 1’이란 표현을 찾아냈다. 아, 여기서 끝이 아니구나. 작가는 책 속에서 그리고 표지에서 다음 편을 암시하고 있었다. 역시 한 권으로 끝나기에는 이야기가 아쉽다 싶었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이야기지만 빨리 다음 편을 만나보고 싶다. 정말 외계에 무언가가, 혹은 누군가가 존재하는 걸까? 아마 당분간은 궁금증으로만 남겨두어야 할 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