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삐에로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0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사신치바>란 책으로 처음 이사카 코타로의 글을 접하자마자, 채 책 한 권을 다 읽기도 전에 나는 이사카 코타로에 푹 빠져버렸었다. 이사카 코타로의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넘치는 매력을 갖고 있었다. 절대 ‘평범’할 수는 없는, 아주 엉뚱하고 엉뚱해서 그 캐릭터에 빠져들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각 등장인물들을 만들어내고 묘사하는 이사카 코타로만의 스타일을 그래서 정말 좋아한다. 그 점이 참 좋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가 그런 자기만의 스타일을 알아준다는 것을 그 역시 좋아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겨본다. <중력 삐에로>는 사실 제목에 끌려 저자의 이름도 확인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오백 여 페이지에 달하는 짧지 않은 이야기를 앉은 자리에서, 몇 시간 간 일어나지 않고 단숨에(?) 읽어냈다. 읽는 내내 독특한 소재와 희한한 캐릭터, 내가 특히 좋아하는 문체에 무릎을 쳐가며 감동하고 감동하면서 빠져들었다. ‘아!’ 저자의 이름을 확인하면서 ‘역시!’ 싶었다. 역시 이사카 코타로는 독자가 자신의 책을 중간에 내려놓는 것을, 잠시라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힘이 이사카 코타로에게는 있었다.

 

<중력 삐에로> 안에는 조금은, 아니 그보다는 좀 더 독특한 형제가, 가족이 있었다. 그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비극적이면서도 애처롭고 안타까움을 자아내는-‘강간당한’ 어머니의 자식이라는-,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동정심이 일지는 않는-피카소의 환생이자, 누구보다도 든든한 식구들이 뒤를 지켜준다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더욱 당당해 보이고 보기 좋아 보이는 ‘요상한’ 가족이었다. 그리고 세상 어떤 형제들보다도 깊고 밀접한 우애를 공유하는 형제가 있다.

 

절대 가볍다고 말할 수 없는 소재, ‘강간’‘방화’를 이야기하면서, 그러나 정작 이야기는 그리 무겁지 않다. 오히려 밝고 발랄해서 강간과 방화가 무서운 일이라는 사실조차 잠시나마 잊게 만든다. 그래서 더욱 흡입력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판단을 한다. 어떤 것이 옳은 행동이고 어떤 것이 법에 어긋나는 행동인지. 그렇지만 사실 그런 판단은 중요하지 않다. ‘법’이라는 둘레에서 벗어나 우리는 한 인간으로서 한 인간의 삶을 바라보고 거기에 고개를 끄덕여주면 된다. 이야기의 시작부터도 그렇지만 책이 마지막 장을 향해 갈수록 나의 ‘하루’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지고 그의 편에 설 수밖에 없게 된다. 하루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말이다.

 

애초에 운명을 거부하듯 세상에 난 하루이듯이, 하루는 자기 의지대로 자신의 인생을, 길을 걸어 나간다. 그리고 그 뒤에는 사랑으로 감싸주는 어머니가, 지독하게도 따듯한 커다란 아버지가, 항상 그의 편에 서서 행운의 마스코트가 되어 주는 형이 떡하니 버티고 방패막이 되어주며 서 있다. 참으로 무적의 가족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다소 슬플 수 있는 운명도 그들의 유쾌하고 행복한 생활을 막아버릴 수는 없었다. 명랑하면서도 깊은 믿음과 사랑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한 편의 멋진 이야기였다. 서로를 향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이 그저 부럽게만 느껴졌다. 영원한 그들의 행복을 바라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나의 바람: 이사카 코타로, 계속 이야기를 써 주세요. 네?

 

“정말로 심각한 것은 밝게 전해야 하는 거야.”

“무거운 짐을 졌지만, 탭댄스를 추듯이.”

“삐에로가 공중 그네를 타고 날아오를 때는 중력을 잊어버리는 거야.”

“만나자. 그래피티 아트와 방화사건의 룰을 알아냈어.”

“정말!”

“사전에서 ‘정말’이란 항목을 뒤져보면, ‘너의 형’이라는 설명이 나올 거야.”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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