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니나 슈미트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하!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고 꺼림칙하다. 나는 전혀 ‘쿨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란 단 네 마디에도 순식간에 흥분 게이지를 마구 높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 제목을 훑고 지나가는 순간, 도저히 그대로 지나칠 수가 없었다. 남자친구의 전 여자 친구를 쿨하게 받아들여주었다던지, 아니면 머리채라도 잡았다던지 하는 등의 이왕이면 통쾌한 ‘결말’을 알고 싶었다.

 

책 속에는 안토니아가 등장한다. 댄디한 남자친구 루카스와 함께 살고 있는 안토니아는 그러나 요즘, 꽤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와서는 이삿짐을 날라 달라고 루카스를 불러내고, 환경 운동을 하자며 루카스를 또 불러내고,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전화를 해 댄 다. 괜한 의심과 불안 증세는 심지어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 거리감과 서먹함을 남겨놓기까지 하고 말았다. 그리고 소위 베스트 프렌드란 친구는 남녀사이 사랑이 넘치는 호르몬은 기껏해야 2년 안에 끊긴다고 근거 없는 주장을, 강력하게 한다. 그야말로 물러설 곳 없는 상황. 어느 것도 안토니아와 루카스의 사랑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희망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안토니아는 둘 사이의 관계 개선, 혹은 종결 중 어느 쪽을 선택할까?!

 

이미 서른을 넘긴 지도 4년이 넘은 시점에서 안토니아는 루카스와의 결혼을 꿈꾸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단번에 깨뜨리기라도 하듯 루카스는 한 번씩 안토니아의 속을 ‘본의 아니게’ 뒤집어 놓는다. 그럼에도 ‘사랑’이라는 위대한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하기에, 안토니아는 괴물 같은 전 여자 친구로부터 루카스를 지키기로 결심한다. 그 어떤 유치한 행동과 위험한 행동도 무릅쓰고서 말이다. 나는 철저히 안토니아 편이 되어 그녀를 응원하고 또 응원했다. 그래도 조금은 시트콤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독자와는 반대로 안토니아는 상당히 끔찍하고 절망적인 나날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모든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낀 거지만, 우리는 대화를 통해서 오해와 갈등을 풀어야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에는 한계가 있다. 오해와 갈등을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화는 서로 간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데에도 정말 큰 공을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아로새길 수 있었다.

 

아마 지금까지 읽었던 몇 권 안 되는 독일소설 중에서 가장 밝고 즐거운 마음으로 빠르게 읽을 수 있었던 이야기인 것 같다. 다소 엉뚱하고 엽기적이기도 했던 안토니아의 행동이 귀엽다고까지 여겨졌던 것은 아마도 그녀의 모든 행동이 사랑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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