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안니 뒤페레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이해하기에도, 받아들이기에도 내게 조금, 아니 그보다 더 버겁고 힘든 이야기 하나를 읽었다. 안니 뒤페레의 <파티(Une soiree)>.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강렬한 기억을 남겨주었던 영화 <글루미 썬데이>의 포스터가 떠올랐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 그들의 만남과 우정이, 그리고 사랑과 갈등 등등이 이 책 <파티>에 그려져 있었다.

 

의과대학에서 만난 드니즈플로랭스, 그리고 로맹은 젊은 열정으로 우정을 나누며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고 그것은 곧바로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그리고 한 여자가 두 남자를 똑,같,이, 사랑하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삼각관계보다는 훨씬 드문 경우다. 그들이야말로 공유와 공평함을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읽는 나도 황당했었지만, 그들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친구들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었나보다. 그럼에도 그들 셋은 아랑곳 않고 특별한, 내게는 기괴하고 용납할 수 없는, 그들만의 사랑을 계속해나간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도 언제나 한 곳에만 머물러있기만 할 수는 없듯이, 로맹은 자신의 일을 찾아 떠나고 그 자리에 남아있던 플로랭스와 드니즈는 부부가 되어 안정적인 삶을 꾸려나간다. 그러나 ‘안정’은 겉에서 보기에만 간신히 유지되고 있었던 것일 뿐, 허울을 벗고 보니 그들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오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한참이 지난 후, 갑작스러운 로맹의 등장으로 그들의 줄타기는 힘든 끝을 맺고 셋에게는 ‘위기’와 ‘결별’이라는 것이 찾아온다.

 

3부로 이루어져있는 이들 셋의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들의 상황과 내면을 섬세하고 때로는 불안정한 그대로 묘사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답게 그렇게 종결되었고, 내게는 플로랭스가 중간 이후부터 끊임없이 고민했던 ‘선택’에 관한 문제가 조그맣게 자리를 잡았다. 지금 나의 삶은 과연 진정한 나의 선택만으로 온전하게 이루어진 것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혹은 무언가에 떠밀려, 타인에 의하거나 상황에 따라 ‘내려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말이다. 답이 없는 문제도 있는 거라고 <파티>에도 나와 있듯이, 이 문제는 내게 한동안은 답이 없는 과제로 남아 오래오래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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