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루고 미뤄왔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왜 그렇게 이 책 읽는 걸 미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연애 에세이일 거’라고 지레짐작해버린 탓이 컸던 것 같다. 얼핏 ‘남녀 간 연애심리를 파헤친다’는 등의 책 소개를 읽고 내 맘대로 그렇게 단정해버렸다. 알랭 드 보통의 이야기를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것도 있는 대로 뜸 들이다 결국 펼친 책이었는데, 이 책 한 권은 나를, 당장에 그의 다른 ‘작품’들을 사러 서점에 가게 만들었다. 정말... 손끝을 통해 나온 그의 생각과 이야기는 마법이 따로 없었다. 사랑, 소통, 여행과 건축, 그리고 철학에까지 그가 관심을 쏟고 있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우아하게 다시 태어나는 것만 같았다.

 

이 책 <우리는 사랑일까>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과 함께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 중에서도 2부란 이름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흔히 사랑이 달콤하고 상냥해야만 할 거라고 여기는 생각을 바로잡아 주고자 했다. 배려와 온갖 긍정적인 요소들만 가득한 것이 사랑이 아니라, 때로는 고통과 슬픔과 아픔이 있음을, 그리고 그것들이 피하기만 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할 매력적인 요소임을, 앨리스와 에릭, 그리고 필립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상상 속 이상형을 꿈꾸어오던 이십대 앨리스가 조금은 나이차이가 나는, 안정적이고 윤택하고 우아한 생활을 하는 에릭을 만나는 이야기, 그리고 그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 또 곳곳에서 조그만 균열을 비집고 얼굴을 내미는 갈등들이 아주 현실감 있게 펼쳐져 있었다. 함께 식사를 하고, 생각을 나누고, 여행을 떠나고, 싸움을 벌이고, 혼자서 토라지고, 불안에 떨고, 이별을 맞게 되고, 또 새로운 사랑을 찾는, 사랑하는 사람의 일련의 과정이 마법 같은 언어로 묘사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좋았던 점은 사랑에 철학이 곁들여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한 편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남녀 간의 사랑을 통해서 더 나아가 인간관계를 파악하고, 또 거기에 담긴 철학적인 부분들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책 읽는 재미를 배로 늘려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책 곳곳에서 등장하는 철학과 깊은 이야기 덕분에 이 책은 소설, 그 이상의 무언가를 더 담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사랑에 빠진 남녀 사이의 이야기 속에서 알랭 드 보통의 재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고, 또 적당히 냉소적이고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부분에서는 이 책 속에 더욱이 빠져들게 되었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자신이 고수해오던 생활과 사고방식을 조금은 바꾸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바꾸는 것이 불편은 하겠지만 절대 억지로가 아닌, 기쁨과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 이루어져야 탄탄하고 진실한 사랑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진실한 사랑과 인간의 본질을 한층 깊이 파고들어 공감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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