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파리에서 편지가 왔다

어느날, 파리에서 편지가 왔다
박재은 지음 / 낭만북스 / 2009년 11월

겨우 며칠 머물렀던 파리, 그렇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그곳은 내 눈에 정말 많은 것을 담아 주었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왜 좀 더 많이 사진을 찍어놓지 않았을까? 왜 그 땐 그저 눈에만 많이 담으면 된다고,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 걸까? 여행 사진을 뒤적이다보면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많이 찍는다고 찍었는데도 터무니없이 부족해 보이는 건, 그만큼 파리는 크고 완벽한, 그리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내게 남았기 때문인 것 같다. 여행 에세이를 참 좋아한다. 특히 파리의 사진을 담고 있는 책을 보면 글보다 사진이 많은 것이 더욱 좋고 또 더욱 눈에 불을 켜게 되는 것 역시 그 때문인 것 같다. 게다가 파리의 사진을 담고 있는 책에서는 파리만의 향기까지도 맡을 수가 있다. 푸핫.

그렇게 또 한 권의 파리 사진을 담은 책을 발견했다. <어느 날, 파리에서 편지가 왔다>! 칼럼니스트로, 또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저자의 소개를 읽다가 살짝 더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가수 싸이의 누나라는 것. 이미 알려진 지 오래고 유명하다고 하는데 왜 나는 몰랐을까. 짧은 기간 여행, 혹은 방문을 목적으로 파리에 머물렀던 내게, 그곳에서 공부를 하고 삶이란 것을 살았던 저자가 한 순간 몹시 부러웠다.

파리에서 20대의 한 부분을 보내고 공부했던 저자에게, 파리는 나 같은 ‘여행자’와는 다른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저 여행자의 눈과 코, 귀 등을 통해서 느껴지는 파리는, 파리만의 향과 맛, 소리를 갖고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만 느껴진다. 내가 느꼈던 파리 역시 그랬다. 곳곳에서 낭만이 살아 숨을 쉬는 것 같고, 곳곳이 바로 유적지이며, 거리마다 또 간판 하나하나마다가 모두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기념물처럼 보였다. 그러나 저자에게 있어서 파리는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고 고백한다. 왜, 무엇이 그녀를 외롭게 만들었던 것일까.

‘글 쓰는 요리사’답게(?) 정말 맛있는 사진들과 글들로, 책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사진 속 저 곳은 내가 가본 곳이다. 그런데도 낯선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다른 각도에서 다른 생각으로 보고 느끼고 찍은 것이기에 그런가보다. 그래서인지 파리가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녀가 파리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전부 느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뭔가 조금은 저자의 감성을 느끼고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Paris

아름다운 곳, 그곳엘 다시 한 번 가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