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
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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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과 깊이, 라는 면에서 어쩌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재미와 중독성이라는 면에서는 이미 <압구정 다이어리>와 <블링블링> 등의 책으로 내게 깊은 공감과 즐거움, 또 칙릿소설을 찾는다는 확신을 주었던 정수현 작가의 <셀러브리티>였다. 서점에서 이 책을 보는 순간, 그리고 작가의 이름을 보는 순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셀러브리티’?

 

☆ ce·leb·ri·ty

1 명사, 유명인

2 명성

3 (유명) 연예인;[형용사적] 유명한

 

이런 뜻을 품고 있는 ‘셀러브리티’가 이 책의 제목이었다. 그리고 목차엔 린제이 로한, 패리스 힐튼, 빅토리아 베컴, 안젤리나 졸리, 제니퍼 애니스톤, 다이애나 비가 등장하고 있었다. 마지막 목차에서 ‘엇?’ 하고 멈칫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 스케일이면, 영화로 치면 블록버스터랄까. 세계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때로는 욕(?)과 안티까지도 그러모으는 이들 헐리우드 스타들은 분명 ‘셀러브리티’다. 과연 작가가 이들을 목차에 넣고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지 읽기 전부터 가슴이 콩콩콩 뛰는 것 같았다.

 

왠지 이들 ‘칙릿’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잡지사에서 일한다거나 글을 쓴다거나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거나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 시점에 이별을, 아니 실연을 경험한다. <셀러브리티>의 여주인공 백이현 역시, 연예인의 가십거리들을 기사화하는 플러스텐(+10=가십, 브라보!)의 기자로, 그리고 역시 연인과 이별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대박 건수를 잡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며 눈에 불을 켜고 연예인들의 사생활과 루머를 따라다녀야 하는 직업, 그러면서 어려서부터 키워왔던 셀러브리티의 꿈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또 놀랍도록 현실적인 캐릭터이다. 묘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대박로또가 굴러들어온다. 바로 우연히 대박 스캔들의 현장과 마주치게 된 것. 소설 속 여주인공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하늘이 돕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그들의 운과 촉은 정말 뛰어나다. 이제 슬슬 나의 셀러브리티라는 꿈을 이루어줄 왕자님이 등장할 차례이다. 싸가지는 이보다 더 없을 수 없고, 외모는 또 이보다 더 잘날 수 없는 완벽한 남자, 아니 왕자 유상현. 하나로도 모자라 백이현보다 자그마치 여덟 살이나 어리면서 의젓하고 꽃미남 얼굴을 소유하고 있으며 순정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매력을 마구 발산하는 이까지 등장한다. 사랑의 스파이크가 곳곳에서 튀고, 온갖 사랑의 화살을 한 몸에 받는, ‘셀러브리티 백이현’이 되면서 주인공은 이제 좀 더 진지하게 자기 자신과의 소통과 대화를 시작한다. 그러는 과정이 가십 100%로만 이루어진 몇몇 셀러브리티보다도 백배 천배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렇게 셀러브리티의 진실한 뜻을 찾기까지, 그렇게 다이애나 비와 오드리 햅번에 이르기까지 백이현은 자신으로의 아름다운 모험을 한다.

 

백이현과 유상현, 백이현과 환, 그리고 유상현과 환. 이렇게 각기 연결되어 있는 고리와 관계를 풀어가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유치하다고 말한다면 한없이 유치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원하는 대로 해준다는데 ‘셀러브리티’로 만들어달라니... 그럼에도 정말 사랑스럽고, 어느 누구 하나 미워할 수 없는 세 주인공들이기 때문에 이 책을 정말 재미있는 책이라고 정리하게 만든다. 상큼하고 발랄하며, 아주 가볍지도 그렇다고 또 무겁지도 않은, 귀엽고 조금은 부러운 사랑이야기이고,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책 안 이곳저곳에 그려진 예쁜 색감의 그림들은 이 책의 달콤함을 몇 배로 늘려주었다. 백이현과 함께 진정한 셀러브리티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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