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명탐정 홈즈걸 1 -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ㅣ 명탐정 홈즈걸 1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1월

 

아주 아주 어렸을 때, 그냥 막연하게 서점 사장이 꿈이었던 적이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서점, 그리고 더 어마어마하게 많이 쌓여 있는 책을 볼 때마다 서점에서 일하면 어떤 기분일까, 하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 때는 대형서점에 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냥 집 밖으로 나오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대형’ 서점이다. 넓어진 장소만큼 늘어난 책의 양도 정말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이다.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은 정말 책으로 넘쳐나는 서점의 하루하루를 재미나게 보여준다. 다섯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시트콤을 연달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명탐정 홈즈걸’이라는 제목의 일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귀여운 탐정 두 명이 등장한다. 교코와 다에. 이 둘은 역빌딩 6층, 세후도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이다. 나는 한 번도 책 제목을 모른 채, 서점 직원에게 이러이러한 내용의 책을 사려고 하니 찾아 달라, 는 주문은 해본 적도 해볼까한 적도 없다. 그런데 그런 일이, 내가 ‘교코’나 ‘다에’였다면 진땀 꽤나 흘렸을 그런 일들이 세후도 서점에서는 너무나 빈번하고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그런 서점 안의 모습들이 낯설기도 하면서 재밌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교코의 시선으로 서점을 찾는 사람들의 풍경과 서점의 풍경, 또 일하는 사람들의 풍경이 그려지는데 그 모습이 참 소박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것 같아 보였다. 명탐정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살인사건이나 무서운 사건 같은 걸 떠올렸는데, 아무래도 장소가 서점이고 그 속에서의 에피소드들이기 때문에 사건 자체는 그리 무겁지 않다. 책과 연관되어 있는 미스터리들이다.

사실 교코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는 하지만, 사건(?)의 해결과 마무리라면 다에의 손에 의한다고 보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각 에피소드가 교코에 의해 발단이 되었다면, 기발하고 영리한 발상으로 다에는 각 에피소드들을 풀어나가는데 그 과정이 정말 유쾌하다. 순수하고 천진난만해 보이는 교코와 다에의 모습에 더 즐거워짐을 느낄 수 있다. 간혹 모르는 일본 책들의 이름이 나열되고 알 수 없는 그것들 배열의 규칙을 설명해놓아서 이게 뭔가, 할 때도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데 그런 것은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목적을 갖고 있을 것이다. 과제를 하기 위해 책을 찾는 사람도 있을 거고, 자기계발을 위한다거나 재미와 흥미를 좇아 서점으로 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밖에도 다양한 이유로 서점으로 오는 사람들의 발길은 매일같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그리고 그 사람들 저마다 나름의 사연을 품고 있다. 작가 오사키 고즈에는 서점에서 일한 경력이 13년이나 된다고 한다. 그 동안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유쾌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고객들 나름의 사연을 함께 나누면서 작가는 서점 직원들을 좀 더 가깝게 느끼도록 만들어주었다. 각 에피소드들이 마무리될 때마다 서점 직원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함께하는 모습이 참 다정해보여서 가족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 책은 시리즈물로, 총 세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다른 책들의 이야기들도 참 궁금해진다. 즐겁고 정이 넘치는, 그리고 조금은 특별하기까지 한 서점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주저 말고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을 선택하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