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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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동양과 서양이 어떻게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런 차이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생각의 지도>의 저자 리처드 니스벳은 동서양의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었다고 한다. 분명 인간이라면 같은 추론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란다. 그러고 한참 후에, 정확히는 15년 후에 한 중국인 대학원생을 만남으로 해서 그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수님과 저의 차이점이라면, 저는 세상을 원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교수님은 세상을 직선으로 생각하신다는 점입니다. 중국 사람들은 사물은 늘 변화하며 언젠가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아주 많은 사건들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이고 사물들 간의 관계성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부분만을 떼어내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서양 사람들은 훨씬 더 단순하고 기계적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큰 그림보다는 부분적인 사물 그 자체, 혹은 사람 자체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물의 행위를 지배하는 규칙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한 학생의 이런 언급이 저자로 하여금 이 책을 쓰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이 책은, 인간의 사고방식이 문화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문화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동양과 서양으로 양분하기에는 세세한 점들을 무시하게 된다는 위험이 따르지만, 이렇게 크게 둘로 나누어볼 수 있다. 동양이 전체와 경험과 동사, 더불어 사는 것을 추구한다면 서양은 부분에 대한 분석과 개인주의와 명사, 그리고 논리적임을 중시한다. 이 책은 이러한 이분법적인 방법을 통해서 동서양의 생각의 지도를 그려나간다. 정말 흥미로운 책이다.

 

동양이 전체를, 서양이 부분을 중시한다는 것 정도는 아마 누구나 알 만큼 알려져 있다. 그런 알려진 사실들을 그 기원으로 올라가 자세한 설명을 통해 전달해 주고 있는 게 바로 이 책이다. 고대 그리스와 고대 중국 사이에 존재했던 큰 차이들부터 우리들의 생각의 차이는 이미 있었던 것이다. 철저하게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주었고 개인적인 삶을 인정하고 즐겼던 고대 그리스와는 달리 고대 중국에서는 문화적 동질성이 매우 컸다. 중앙집권적 정치 권력에 기인하고 있는 그들의 인종적 동질성 덕분에 그들은 조화와 화목을 중시하는 덕목 아래 살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중용의 도가 중시되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시작된 동서양의 차이는 이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갭을 형성하게 되었다. 동사를 중시하는 동양에서는 동사가 문장의 맨 앞이나 맨 뒤와 같이 눈에 띄는 자리에 오며 서양에서는 문장의 중간쯤에 위치하여 그리 지각적으로 띄지 못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바로 그런 언어의 구조 속에서도 동서양의 사고 차이가 반영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다르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학자들은 크게 세 가지로 우리의 미래를 예상한다. 동양이 서양화되거나, 차이가 계속 유지되거나, 수렴될 것이라고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중 세 번째 주장에 긍정하고 있다. 서로의 장점만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수렴하자는 것이 그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중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타인과 서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고자 하는 사고와 때로는 모두에게서 떨어져 나와 혼자만의 공간을 차지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려는 생각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지 책 속에서 동서양의 차이만을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사고 방식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어떤 환경 속에 존재했는지, 서로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왔는지 등을 함께 어우르며 볼 수 있었다. 같은 동양인이라도 혹은 서양인들끼리라도 모두가 같은 사고방식과 추론과정을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타인과의 다른 사고의 과정을 서로 껴안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 더욱 중요한 점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을 어쩌면 수렴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 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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