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의 유쾌한 철학카페
니콜라스 펀 지음, 이동희 옮김 / 해냄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항상 철학은 어렵게만 느껴졌고, 평생을 두고서도 가까이하지 않을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철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왠지 지루할 것 같고 고리타분할 것 같고, 이상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다 이번 학기에 교양으로 논리 수업을 들으면서 살짝 ‘철학’이라는 것을 접했는데, 아직도 제대로 감은 잡히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흥미가 생겼었다. 뭔가 철학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대단해보이고 저절로 존경심이 생기는 것 같았는데, 책에서는 철학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책의 제목이 ‘유쾌한 철학카페’인 만큼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 대신 조금 쉽게 설명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처음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 사랑이 화학작용인가에 대한 철학적 사고가 담겨 있었다. 이 책을 보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낯익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빌 게이츠의 이야기라든지 거북이의 경주, 행복에 대한 점수나 귀에 따라 음악이 다르게 들린다는 이야기, 컴퓨터가 생각을 하는지의 여부, 알코올이 독인지 아닌지, 백조는 정말 하얀지 등 각 장은 이렇게 흥미로운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모두 각각에 맞는 철학적인 사고들과 맞물려 있다. 그래서 이야기와 관련된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고, 더 나아가 철학적 사고까지 엿볼 수가 있다.

 

철학자들은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맞는 말이다. 오죽하면,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철학자들이 모여서 말의 이가 몇이나 될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 어린 철학자가 그러지 말고 직접 마구간에 가서 말의 이를 세어 오자고 말했다. 그리고 그 어린 철학자는 바로 쫓겨났다. 과연 직접 세어보는 일 말고 생각만으로 어떻게 말의 이 개수를 헤아릴 수 있을까? 그만큼 철학자들이 사고하기를 즐긴다는 말일 것이다. 아마 그들은 밥 없이는 살아도 생각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할 것 같다.

 

이 책에는 스물다섯 명의 철학자가 등장한다. 환원주의적 사고방식을 보여주었던 탈레스, 프로타고라스, 제논,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베이컨, 데카르트, 루소, 칸트, 밴담, 헤겔, 니체 등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배웠던 인물들이 등장한다.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리 긴 것은 아니다. 책 한 권에 스물다섯 명의 이야기가 담겨야 하기에 내용과 이야기, 그리고 사고는 짤막짤막하게 삽입되어 있다. 그럼에도 그들 철학자들의 사고가 오롯이 전달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철학적 용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용어들도 종종 등장하기는 하지만, 친절하게 옮겨져 있고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책을 읽기에 부담은 전혀 없다. 그렇다고 앉은 자리에서 꿀꺽, 하고 단숨에 읽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책이다.

 

철학을 담고 있는 책이란 그런 거라고, 옮긴이가 말했다. 사고하는 방식을 전달하는 것이지, 생각 그 자체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그럼에도 철학 관련 수많은 책들은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대신, 직접 고기를 잡아주고 있다. 그래서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생각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그들의 생각을 바로 전달받기 때문에 더 수용하기가 어렵지 않나 싶다. 거의 암기과목을 암기하는 수준이 되니까 말이다. 옮긴이 역시 그런 아쉬움을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이 그런 점에서 좀 더 낫다고도 말하고 있다. 물론 나는 철학서적을 전혀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다른 책들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그런 사고 과정이 전달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 한 권으로 철학을 섭렵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철학이라는 공간에 살짝 발을 들였다, 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현상을 놓고서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볼 수 있었고 잘못된 명제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도 꽤 많은 문제들이 있다. 우리는 매일 알게 모르게, 그리고 크거나 혹은 작은 문제들과 마주치고 맞서 살아간다. 그런 문제 아닌 문제들을 다루는 데도 이런 조금은 철학적인 생각을 곁들여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본다면 뭐든지 더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 같다. 그럼 문제들과 싸우는 것도 조금은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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