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카드 게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4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전혀 성장소설답지 않은 제목이다. 그렇지만, 정말 성장소설다운 이야기이다.




  이 책의 제목이 가리키기도 하는 ‘침묵의 카드 게임’이라는 것은 우리가 종종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그리고 실제로도 아마 한두 번쯤은 겪어봤을 경험이다. 목적에 따라 즐거운 게임이 될 수도 있고, 절실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카드에 단어나 글자들을 쭉 적어놓고, 맞으면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신호를 준다. 그렇게 단어를 선택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음과 모음으로 글자를 만들어나가기도 하는 것이다. 여기에 입을 벌리고 하는 말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침묵의 카드 게임>의 두 주인공은 브란웰과 코너다. 이들에게 카드 게임은 시작은 게임에서 비롯되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단단하고 견고한 우정이 되어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끈이 되어준다. 이 열네 살 소년들에게는 이상한 공통점이 많다. 그 중에서도 배다른 누나나 혹은 동생이 있다는 것이 특기할 만한 공통점이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이러한 점은 보통의 가정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남다르다고 할 수 있는 이런 가정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들의 가까운 미래가 바뀌곤 할 정도로, 무겁고 어려운 가족관계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배다른 동생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누명을 쓴 브란웰은 실어증에 걸려 말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렇게 언어에 민감하고 관심이 많던 브란웰이 말이다! 어린 브란웰이 받았을 충격이 상상이 되었다. 이 가엾은 친구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코너가 벌이는 기발한 수사방식이 바로 침묵의 카드 게임이다. 코너는 브란웰이 실마리로 골라준 카드만을 가지고 수사를 시작한다. 그 수사 과정에서 정말 놀라운, 그리고 감동적인 둘의 우정이 피어난다. 코너는 그들만의 카드 한 장 한 장을 통해 그 동안 브란웰이 안고 있어야만 했던 고민과 상처들을 생각하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코너는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당연히 열네 살 소년 혼자서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그래서 저자는 코너가 배다른 누나의 도움을 받게 해준다. 이러한 설정은 코너에게도,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혈연으로 연결되지 않은’ 가족 구성원들과의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느끼게 만든다.




  어른들과 아이들에게 자칫 혼란으로 다가올 수 있는 민감한 문제를 저자 E.L. 코닉스버그는 웃음을 지으며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어른도 아이도, 완벽한 존재는 아님을. 그렇기에 서로 노력하고 한 발짝씩 양보해야 함을. 그럼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재탄생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성장소설이라는 장르는 비단 성장기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라 어른들도 읽어야 하는 책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외국의 성장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위트 넘치는 문체들이 이 책 곳곳에 담겨 있어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한 문장 짓기’라든지 그들만의 언어 암호라든지, 재미있는 요소가 역시 곳곳에 숨겨져 있다. 뉴베리 상을 수차례 수상한 작가다운 속도감 있는 전개와 놓치지 않는 교훈과 재미, 모든 것이 <침묵의 카드 게임>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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