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안 1 - 마리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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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적지 않은 <우안> 이야기를 읽자마자 <좌안-마리 이야기>를 펼쳐 들게 되었다. 남자의 시각으로, 그리고 여자의 시각으로 쓰인 같은 이야기의 책은 바로 이런 매력을 가지고 있다. 같은 상황을 언제나 남자와 여자는 조금은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것을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를 통해 이렇게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좌안>은 마리의 이야기이다. 마리의 시각으로, 마리의 생각을 담아 책은 앞으로 나아간다. 어려서부터 항상 자기 마음대로 천방지축 살아온 마리. 사춘기에 접어들며 마리는 점점 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마리의 인생에는 술과 숱한 남자들뿐이다. 그런 마리가 큐에게만 애정을 쏟으며 정착하기란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 마리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바로 ‘정착’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마리의 인생은 큐의 것만큼이나 당장 내일도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흘러갈지 혹은 어디로 흘러갈지. 마리는 그렇게 수많은 남자들과 만남을, 이별을, 그 과정들을 반복한다.




  큐가 비극을 안고 태어났던 것처럼, 마리에게도 어려서부터 시련을 겪으며 자란다. 너무나 사랑하고 존경해마지않았던 오빠, 소이치로의 자살을 시작으로 마리의 웃음이 넘쳐나던 가정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집안 공기는 무거울 대로 무거워져 있고, 누구 하나 밝은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서로를 겉도는 느낌만을 주었다. 마리는 그때 처음, 상실의 아픔을 겪었고 상실이 불러일으키는 불안감을 맛본다. 마리의 정서는 그야말로 불안 자체가 되었다. 엄마가 가출을 했을 때도, 드디어 찾은 인생의 반쪽이 사고로 죽음에 이르렀을 때도.




  마리와 큐, 이들은 서로 각자의 사랑을 하고 각자의 인생을 산다. 거의 인생의 반 이상을. 그런 후에 만난 이들은 이제는 어느 정도 인생에 초연하고 모든 것을 겸허하고 자연스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마 그것은 끊임없이 마리의 의식 속에서 외치는 소이치로의 목소리, 더 멀리 가라고, 더 초연해지라고 주문하는 소이치로의 목소리 때문인 것도 같다. 아오이와 쥰세이 같은 열정적이고 불타오르는 사랑은, 적어도 이 둘 마리와 큐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뭔지 모를 허전함을 주기도 하고, 이들에게서 공허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그들의 사랑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종류의 사랑이 아니었기 때문에 <좌안>과 <우안>이 좀 더 생소하고 색다르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큐의 이야기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마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솔직히 무릎을 칠만큼 소설 속 인물들로부터 공감을 형성하지는 못했다. 내가 그렇게 작중 인물들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건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의 글을 ‘읽을 때마다’였던 것 같다. 역시 이번에도. 공감하지 못하면 그만큼 책을 완벽히 이해하기도 힘들고,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왜 계속해서 이들의 글을 찾게 되고, 읽게 되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4권, 절대 적지 않은 양의 이 책을 읽고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의 모든 것이 인생에 대해 소리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인생이란 이런 거라고.




  ‘좌안’과 ‘우안’을 큰 흐름의 두 강이라고 하였는데, 마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특히 더 이야기가 강의 느낌을 많이 주는 것 같았다. 파도가 치는 격정적인 흐름이 아니라, 잔잔하기 이를 데 없는, 고요하고 차분하고 섬세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흐르는 강물의 느낌을 마리를 통해서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인생이란 바로 이런 거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거였을까. 무언가 뻥 뚫리지 않은 것 같은, 조금은 답답하고 무거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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