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 일러스트판
댄 브라운 지음, 김효설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다 빈치 코드>를 읽었을 때가 이 년이 좀 더 된 것 같다. 그때 정말 충격적이랄 만큼 새로운 세상을 본 것 같았었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그러면서도 사실과 허구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세상 말이다. 그리고 지금, 영화 <천사와 악마>가 개봉되었다는 소식에 서둘러 책을 찾게 되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책으로 먼저 만나는 게 적어도 내게는 훨씬 기쁜 일이니까. 영화화되었던 ‘다 빈치 코드’를 봤을 때 그런 생각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끼기도 했었다. 이번에는 이왕이면 일러스트가 가득하다고 들은 <천사와 악마-일러스트 판>.




  <다 빈치 코드>와 크게 다른 성격의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읽는 내내 온통 새로움과 놀라움뿐이었다. ‘WWW : World Wide Web’을 만든 과학자들의 집합소인 CERN, ‘스위스 유럽 입자 물리학 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천사와 악마>는 독자에게로 서서히 그 유혹의 손을 내민다. 여전히 사건을 접할 때의 귀찮아하던 랭던의 반응은 같아 익숙하기도 했다. 이제 독자는 과학과 종교의 만남을, 그리고 그 사이에서의 갈등을 제대로 맛보게 된다. 과학과 종교. 아이러니하면서도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둘을 조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과 이를 온몸으로 막으려는 자들이 맞서 싸운다.




  완벽한 대칭을 자랑하는, 컴퓨터 그래픽으로도 온전하게 재생할 수 없다는 전설 속의 일루미나티(Illuminati), 그리고 나머지 앰비그램들, 갈릴레이의 죽음, 교회와 과학자들의 끝없는 싸움, 도피, 희생, 모든 것들은 그렇게 과거에 묻힌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반물질을 개발한 한 과학자의 죽음으로, 그리고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궁무처장의 광기 어린 행동으로 수백 년 전의 과거는 다시 현실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나하나의 단서를 증거로 하여 서서히 좁혀져가는 범인의 정체, 한편 그럴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듯한 기분, 다 왔다 싶으면 다시 멀어지는 현실이 <천사와 악마>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단서를 통해 과거 역사를 끄집어내어 현실과 연결시키고 그것을 형상화하는 댄 브라운의 능력에 정말 경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일러스트 판을 읽으면서 특히 매력을 느꼈던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삽화들이었다. 아름다운 그림들과 사진들, 그리고 고대 4원소인 흙, 공기, 물, 불을 가리키는 앰비그램들의 환상적인 형상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로버트 랭던이 되어 마치 직접 범인을 추적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실제로는 보지 못한 수많은 건축물들과 벽화들, 그림들이 바로 이 책 한 권에 들어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아름다운 이들을 보기가 왠지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이것들 외에도 이 책의 매력은 넘치고 또 넘친다.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던, 그러기에 이제는 상식이랄 수도 없는 것들의 진실에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과거 기독교 사회와 과학 세계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으며, 긴장과 떨림 속에 오랜 시간 머물 수 있었다. 한편 흥미롭고 빠른 사건의 전개와 함께 로버트 랭던과 여주인공의 로맨스 역시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두꺼웠던 책이 읽는 동안만큼은 줄어드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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