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 - Two Lap Runners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9
가와시마 마코토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과목은 체육. 그 중에서도 제일 싫어하는 종목은 달리기. 달리기에서 ‘시작’하는 소리를 듣기까지 이상하게 미친 듯이 긴장이 된다. 그리고 ‘시작’을 알리는 소리를 듣는 순간 어김없이 내 두 다리는 풀리고 만다. 털썩. 혹은 달리다 두 다리가 엉킨다. 단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제대로 달려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달리는 동안에는 내 육신이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꼭. 중학교 때 체력장을 하게 되면 꼭 거쳐야 할 관문이 바로 장거리 달리기다. 도대체 운동장을 몇 바퀴를 돌아야 하는 건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고, 달리기가 끝나고 나면 턱을 넘어서 내 숨통을 끊어놓으려는 헐떡임에 그저 이대로 죽고만 싶기도 했었다. 올림픽 경기 등에서 달리기 선수들을 보면 참 별난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




  <800 two lap runners>는 바로 그, 적어도 내게는 ‘별난 사람들’ 중 한 명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800’은 무언가를 향해 달리는 그들이 신체의 한계를 견디며 기록을 내야 할 트랙의 길이이다. 남자 고교생 나카자와와 히로세, 그들은 완전히 상반되는 환경에서 태어났고 자랐으며 800미터 경기라는 스포츠를 통해 비로소 만나게 되었다. 절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에 의해 탄탄하게 실력을 갖춘 이가 히로세라면, 나카자와는 그저 달리기의 매력에 빠진 ‘막무가내’ 러너라고 할 수 있었다. 라이벌이면서도 친구로서 소통하는 그들의 모습은 점점 철부지 아이들이 철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같았다. 그들에게 경기에 따른 시기와 질투는 없었다.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있을 뿐이다. 널따란 스타디움과 그 위로 보이는 뻥 뚫린 시원한 하늘, 시원한 바람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경기장을 보면서 나카자와는 흠뻑 매력을 느낀다. 온몸의 에너지를 끌어내 터질 것만 같은 심장박동을 유지하며, 뛰고 나면 찾아드는 ‘상쾌한’ 피로감에 그들은 점점 중독되어 간다. 나는 결코 공감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그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하루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원동력인 것이다.




  일본 청소년들을 그린 소설에서는 우리나라의 것들보다 유독 ‘성’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또 곳곳에 드러나는 것 같다. 이들 나카자와와 히로세를 포함한 등장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창 사춘기 소년들인 그들 역시 성에 있어서도 민감하다. 나카자와와 히로세의 여자 친구들로 등장하는 아이들 중에는 장애를 갖고 있는 친구가 있기도 하고, 또 그들처럼 육상에서 실력을 뽐내는 아이가 있기도 하다. 때로는 동성끼리의 사랑 아닌 사랑도 그려지고 삼각 구도가 형성되기도 하며 곧 떨어질 듯 아슬아슬한 줄을 타기도 한다.




  그들의 육상을 향한 도전과 꿈, 우정과 사랑, 그 밖에 질투를 포함한 다양한 감정들이 이 책에 담겨 있었다. 일본 청소년들의 청년 소설이었다. 다만 내게는 어쩌면 소재에서부터 그리 관심을 끌지 못했고, 그래서인지 책의 반을 넘어 읽기까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가 두 명의 눈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조차 눈치 채지를 못했다. 제대로 책에 몰입하지 못한 것이다. 그저 일본 이름은 어렵다는 생각과 뭔가 이야기의 전개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만 느꼈을 뿐이었다. 나카자와와 히로세 각각의 시선으로 그들의 삶이 그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야 비로소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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