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언젠가 ‘황금어장-무릎팍도사, 황석영 편’을 본 기억이 난다. 그 동안 그냥 수많은 작가들 중 한명으로서 그분을 좋아했다면 그 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에는 한 인간으로서 그분을 존경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에게 닥쳤던 수없이 많은 위기들과 사건사고들, 그의 인생 자체가 한 편의 소설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황석영만의 유머와 글, 그리고 여유는 순식간에 그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던 것 같다. 한국의 대표작가라는 타이틀마저도 황석영에게는 부족해 보였다.




  사실 황석영의 작품을 제대로 읽은 것은 <바리데기>가 처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기구한 시대상황을 생명수로 그려낸 작품, 아직도 그때 내 가슴에 와 닿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책 <개밥바라기별>은 성장소설이다. 개밥바라기별? 별 이름 같긴 한데, 이상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예쁘고 다정하게 느껴지는 이름 같기도 했다. ‘개밥바라기별’은 금성의 다른 이름이다. 이 별이 이른 새벽 동쪽 하늘에 나타날 때에는 ‘샛별’이라 부르고, 저녁 하늘에 나타날 때에는 ‘개밥바라기별’로 부른다고. 식구들이 저녁밥을 다 먹고 개가 밥을 줬으면 하고 바를 즈음에 나타나는 별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 별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저자 황석영의 젊은 시절을, 방랑하던 시절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시기를 황석영은 이 별을 통해 기억하며 정다웠다고 추억한다.




  <개밥바라기별>은 주인공이 어렸을 때부터 스물이 넘어서까지의 방황과 성장과 사색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길, 인호, 상진, 정수, 선이, 미아의 이야기와 유준의 이야기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그들 각각의 눈으로 묘사되고 그려진다. 등장인물이 이렇게 여럿이면서 또 모두가 1인칭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특기할 만한 것들 중 하나이다. 그중에서도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나’인 유준은 황석영 자신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점의 순간순간의 교체는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었고, 급변하는 그 시대의 현실을 더욱 잘 반영해주고 있었다. 그 속에서 ‘준’은 정말 특별한 인물이었다.

     




      “걔는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것 같아.”

      “그게 누군데?”

      “몰라.. 아마 자기 자신이 아닐까?”







  제도와 법칙이라는 것에서 한 발짝 물러나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청년들이 바로 여기 <개밥바라기별> 속에 있다. 왜 꼭 돈을 벌어야만 하는지, 왜 어려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이들은 때로는 일탈을, 때로는 과감한 선택을 서슴지 않으며 청년기를 보내고 살아간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혼란과 격변의 틈에서 그들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예술을 한다. 아름다운 그들의 청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시대를 아련하게 상상해본다.




  저자의 추신처럼, 내게 개밥바라기별의 이미지는 가슴 위에 물기 어린 채로 언제까지고 매달려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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