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 Sentimental Travel
최갑수 지음 / 예담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이라는 것이 때로는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도 해주고, 낯설다는 느낌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주기도 하고, 함께 사는 세상을 나만의 세상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 목적이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여행을 다녀온 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들이 각각 다르겠지만 일단 여행은 사람을 지극히 감성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나도 몰랐던 감정에 대해 위로를 받은 것 같아 아주 잠깐은 어안이 벙벙했던 것 같다. 저자를 따라 첫 번째 정거장, 두 번째 정거장, 세 번째 정거장, 네 번째 정거장을 거쳐 어느 이름 모를 역까지 다다르고 책을 덮는 그 순간에는 위로받다 못해 무언가 치유를 받고 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 번째 정거장에서는 우리 일상 속의 허무와 일탈의 충동이, 두 번째 정거장에서는 고독과 외로움이, 세 번째 정거장에서는 사랑과 그리움과 이별의 아픔이, 네 번째 정거장에서는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느끼는 묘한 감정이, 그리고 마지막 정거장이기도 한 이름 모를 역 앞에서는 미래를 알 수 없는 우리 각자의 삶에 대한 기다림이 그려져 있다. 정말 어마어마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양의 사진들과 함께 실린 저자의 글은 때로는 짤막한 한 줄의 끼적거림으로, 때로는 장황한 줄글로 표현되어 있었다.




  지금 나를 보면, 직장에 다니고 일하는 사람들처럼 힘들게 산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만 알게 모르게 쳇바퀴 돌듯 학교를 다니고 과제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매일같이 그렇게만 살고 있는 것 같다. 일상 속에서 맞이하는 여행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하루 이틀 쯤 일상이 아닌 다른 공기를 잠깐 들이마시는 게 전부다. 그러는 동안에도 현실에 얽매어 있다. 그러다 방학이라도 하면 그제야 간신히 숨 좀 돌리고 조금은 장기간이 되기도 하는 여행다운 여행길에 오를 수 있다. 사실 하고 싶은 대로 가고 싶은 대로 맘껏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현실이라는 제약이 그렇게 우리의 발목을 꼭 붙들고 있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에세이를 찾게 되는 것 같다. 나를 대신해서 떠나주는 것 같은 그들의 글을 그들의 마음을 읽고 있으면, 지금의 내 투정도 다 받아들여지는 것 같고 내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속속들이 다 알아주고 고개 끄덕여 주는 것 같아서. 그래서 뭔지 모를 따스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가슴 깊이 꼬옥 품에 안아주지는 않아도 조용히 등을 토닥여 주는 그런 느낌이다.




  저자와 함께 떠난 다섯 정거장의 짧은 여행 속에서 그의 글들에 나는 공감했고, 여행에 관한 그리고 삶이라는 알 수 없는 것에 관한 한 구절 한 구절을 가슴에 아로새겼다. 모두들 이렇게 살아가는 거구나.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을 읽는 동안 내 마음 속에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소나기도 아니고 이슬비도 아니고 그냥 추적추적. 그런데 빗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희한하다. 그렇게 고요하고 고요했다. 그냥 저자가 나를 위로해 준 게 아닐까. 그렇게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살아보자고 저자는 이 에세이를 통해 우리에게 말해준다. 항상 나는 나를 위해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를 위해 당분간만 살아보자니.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거지?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건지 불안해지기도 했다. 나를 위해 사는 방법이라도 따로 있는 건가? 꽤 무뎌져 버린 것 같았다. 불안이라기보다는 허무하달까. 너무 일찍 알아버려 우스운 건가. 괜찮아. 늦지 않았으니까. 모두가 늦기 전에 자신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다.



















       이대로 주저앉아버리기엔 우리는 너무 젊어.

       그러니까 불시착한 외계인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은 짓지 말아줘.

       웃어봐.

       힘껏 뛰어봐.

       꾸욱 눌러보란 말이야.

       이 세상에 너의 지문을 남겨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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