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지만 말고 영어로 말해봐!
심진섭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혼자서 길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한 외국인이 다가온다. 그리고 말을 건다. 아마도 길을 묻고 있는 것 같다. 대체 뭐라고 하는 거지. 이럴 때를 대비해 배워두었던 ‘아이 캔트 스피크 잉글리시 웰’ 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휴. 내가 중학생 땐가 겪었던 일이다. 여름도 아니었는데 그때 식은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한없이 부끄러워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만 같다. 용기를 내어 길을 물은 외국인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참나.




  우리나라에도 이제는 과거에 비해 꽤 많은 외국인들이 살고 있다. 여행을 목적으로도 많이 찾아오며 가까이 코엑스에만 가도 외국인들을 흔히 만나볼 수 있다. 예전 같았으면 길을 가다 외국인을 지나치면 한 번쯤은 의식하고 뒤돌아봤을 테지만, 이제는 외국인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흔히 있기 때문에 더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그만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할 기회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가끔씩 주춤주춤할 때가 있다. 말이 빠른 외국인을 만나기라도 하면 좌절, 정말 그야말로 ‘숨고 싶다’. 영어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제일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맞는 말이다. 계속해서 숨기만 한다면 결국 영어 한 마디 못해볼 것이 뻔하다.




  이 책에는 열두 명, 열두 가지의 상황이 설정되어 있다. 모두 영어를 쓰는 상황인데, 어떻게 영어로 말하고 대처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 충분히 창피당할 수 있는 상황들이다. 입사 인터뷰를 할 때, 아이와 대화할 때, 외국인 친구를 사귈 때, 영어로 그룹미팅을 할 때, 회사 내에서 영어로만 대화할 때, 영어로 프레젠테이션 할 때, 영어로 자기소개를 할 때, 외국을 방문할 때, 외국인 고객이 방문했을 때, 국제 전화를 받을 때, 갑작스럽게 외국인을 만날 때, 외국인에게 한국을 소개할 때가 바로 여기에 설정된 상황들이다.




  이 책은 마치 내가 만화책, 혹은 유머집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실은 그리 어려운 영어 표현들이 수록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 영어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 자신감을 줄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담고 있다. 자연스럽게 외국인과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영어가 서툰 사람들이라면 이런 책을 읽으면서 외국인을 접하는 기회를 먼저 연습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극히 짧은 영어 표현들만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문장력을, 표현력을 조금 더 길러주는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배운 문장을 가지고 이번에는 다른 단어를 사용해서 다른 상황에서 써볼 수 있도록 응용력을 길러준다고도 할 수 있다.




  <숨지만 말고 영어로 말해봐>는 무엇보다 영어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각적인 효과에 공을 들인 듯 보인다. 눈에 확 들어오는 자칫 오바한 듯 느껴질 정도로 과장되어 그려진 그림들, 크고 두꺼운 폰트로 쓰인 문장들, 그리고 따로 정리되어 있는 단어들은 보기에도 쉽고 편하게 편집되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때때로 마주하게 될 많은 영어 관련 상황들을 묘사해 놓고, 그때그때 우리가 어떤 식으로 대화를 이끌어가야 할지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피하려고만 했던 영어가 실은 생각보다 가볍고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책이다. 그리고 CD가 수록되어 있어 mp3를 통해 저자의 강의도 만나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아직 나는 이 강의는 들어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책보다도 재미있다고 하니 꽤나 신나고 흥미로운 강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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